정책설계 기준을 `행복중심`으로 전환시켜 온 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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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설계 기준을 `행복중심`으로 전환시켜 온 부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0.21 15:32
  • 호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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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태의 부탄 행복 리포트 1

정현태 전 남해군수는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1주일 동안 용문사 거사림회 회원들과 함께 아시아 서남부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있는 부탄왕국을 다녀왔다. 부탄을 방문한 그는 페이스 북을 통해 여행기를 친구들과 공유했다. 이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그의 대학 동기 김영준 전 농식품부 지역개발과장이 "지금까지는 정책을 설계할 때 경제적 파급효과와 인구증대효과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 2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외적 성장과 경제 활성화, 도시 확장이 지방정부의 주요한 정책목표로 자리하고 있다. 김영준 전 과장과 정현태 전 군수가 바라 본 부탄을 통해 우리 사회와 지역이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그의 부탄 행복 리포트를 두 편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행복지수 1위 부탄을 가다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1주일 동안 행복나라 부탄 왕국(Kingdom of Bhutan)을 다녀왔다. 부탄은 티벳어로 `용의 나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실제로 부탄 정부는 황룡이 그려진 국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은 1933년에 펴낸 소설책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히말라야의 불가사의한 이상향을 `샹그릴라(Shangrila)`로 불렀는데, 이곳이 부탄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번에 부탄을 다녀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정책설계 기준을 `행복중심`으로 전환시켜 온 부탄에 대한 벤치마킹, 두 번째는 이번 부탄여행이 일절 술을 마시지 않는 순례여행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동기를 가지고 [부탄 행복 리포트]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된 숙제

대학 81학번 동기로 가장 많은 영감을 주었던 김영준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농식품부 지역개발과장으로 일하던 중, 2010년 태안 별주부마을을 방문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필자가 남해군수로 재직하던 때에 장태평 장관 면담차 농식품부를 방문했다가 당시 지역개발과장으로 일하던 친구를 딱 한번 만났다. 그때 친구는 "지금까지는 정책을 설계할 때 경제적 파급효과와 인구증대효과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아직 행복지수를 어떻게 계발할 것인지 어려움은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지방정부에서도 미리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해 주었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친구가 던진 이 화두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내 마음 속에 숙제로 남았다. 이번에 부탄을 방문한 것도 이 `오래된 숙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17일 전국 38개 지방정부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수원시에 모여 <행복실현 지방정부협의회>(상임회장 김승수 전주시장)를 발족시켰다. 협의회는 "행복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활동에 들어갔는데, 필자가 이 협의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있는 것도 이번에 부탄을 방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총생산`에서 `국민총행복`으로

부탄은 1972년 4대 국왕인 지그메 싱계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k) 왕이 취임한 뒤 "행복은 국가와 국민이 추구해야 할 최고목표"라고 선언하고, 국가정책목표를 국민총생산(GNP)에서 국민총행복(GNH)으로 전환했다. 또한 부탄은 정부의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중심으로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국민들의 행복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018년에 <행복실현 지방정부협의회> 창립기념 국제심포지움에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첸코 부탄 국민총행복위원회 기획국장은 국민총행복의 4대 요소로 1)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공정한 사회, 2)자연환경 보존, 3)전통문화의 보존과 발전, 4)굳 거버넌스(good governance : 민관협력)을 꼽았다. 우리도 이런 항목들을 부분적으로 챙기고 있지만, 경제발전과 성장중심주의에 사로잡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까지는 확고히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두르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라

부탄은 올해 2019년 기준으로 인구는 76만 명 정도이고 1인당 GDP는 3360달러로, 3만 3346 달러인 우리나라의 1/10 수준이다. 그런데도 부탄은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2010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 행복지수조사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43개국 중에서 68위를 기록했다.
한편, UN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 (SDSN)>의 `2019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는 북유럽의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가 모두 1~3위를 차지해 주목을 끌었다. 이 때에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중에서 53위에 그쳤다.
부탄은 수도 팀푸(Thimphu)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교통 신호등이 한 군데도 없는 나라다. 공식적인 금연국가이고, 풍부한 자원이 있지만 산림보호를 위해 등산조차 금지시키는 나라이다. 국가의 주 수입원이 수력발전과 관광인데 의료와 교육은 전액무료다. 다만 고등학교 이상은 선발시험에서 떨어질 경우 자비로 사립학교에 가야 한다. 부탄 현지 주민들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정책, 그리고 전통문화로 인해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부탄이 물질문명보다는 정신문명이 앞서 가는 나라로 느껴졌다. 즉, 부탄은 대승불교인 라마불교 사상이 국민들의 생활과 마음속까지 뿌리내린 불국토였으며 행복선진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로변에 서 있던 "NO HURRY, NO WORRY"라는 슬로건이, 부탄의 현재 모습을 잘 압축해 주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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