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친구의 멋진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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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친구의 멋진 조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0.21 15:34
  • 호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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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우리는 흔히 허물없이 지내는 절친이 누구냐고 물으면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를 꼽거나 고향친구를 얘기한다.
고단했던 사회 초년병 시절, 학교 동창들과 술 마시며 어울리는 게 큰 행복이었다. 그때 우리들은 만나기만 하면 사회 부조리에 울분하거나 각자의 연애담이나 무용담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인물과 집안의 재력이 좋아 잘난 놈으로 통하는 친구의 연애 얘기가 술안주가 된 적이 있었다.
그가 말하길, 주말에 부산 서면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데이트하기 위해 울산 집에서 2시간을 운전해 갔는데, 하필 비바람이 거셌지만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해 왔다"며 그녀에게 자랑할 생각에 오히려 기쁘게 약속 장소로 갔다고 한다.
집이 부산인 그녀는 안전한 지하철로 20분이면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아 내 친구는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다 돌아왔다며 분개했다. 다음날 그녀와의 통화에 어제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고 따지자, 그녀는 비바람이 너무 위험해서 안 나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친구는 두 시간 이상을 악천후에 운전했고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으며 바람맞고 다시 두 시간을 운전했는데 너의 사랑은 비바람도 못 이기냐며 전화로 크게 싸웠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헤어지고 더 나은 여자를 만나라며 술잔을 건넸다. 그 때 학창시절 공부도 못하고 또래 중 무시당하던 친구가 술잔을 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그녀의 맘을 얻어가는 단계인 거 같은데 그렇게 좋아서 두 시간이나 운전해 갔다면 20분만 더 운전해서 그녀 집 앞까지 가서 만나는 게 오히려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그랬다면 그녀는 크게 감동해 앞으로 더욱 사랑이 커졌을 것"이라는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우리는 세상살이를 머리로만 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 원하는 것은 가슴을 따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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