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순례는 내면의 기쁨 안겨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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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순례는 내면의 기쁨 안겨준 시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0.25 15:07
  • 호수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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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태의 부탄 행복 리포트 2
부탄 여행의 백미인 탁상 서원. 해발 3300m 절벽 위에
있다. 기념 사진 한장을 남겼다.

정현태 전 남해군수는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1주일 동안 용문사 거사림회 회원들과 함께 아시아 서남부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있는 부탄왕국을 다녀왔다. 부탄을 방문한 그는 페이스 북을 통해 여행기를 친구들과 공유했다. 이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그의 대학 동기 김영준 전 농식품부 지역개발과장이 "지금까지는 정책을 설계할 때 경제적 파급효과와 인구증대효과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 2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외적 성장과 경제 활성화, 도시 확장이 지방정부의 주요한 정책목표로 자리하고 있다. 김영준 전 과장과 정현태 전 군수가 바라 본 부탄을 통해 우리 사회와 지역이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그의 부탄 행복 리포트를 두 편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행복나라 부탄은 불교왕국다. 국민의 75%는 대승불교인 라마교를 믿고 25%는 힌두교와 기타 종교다. 그래서 이번 부탄 불교성지 순례여행은 남해 용문사 주지 지각 스님의 인도로 거사림회 회원들과 함께 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투엔파 우엔시 - 조화로운 이상사회의 꿈

부탄 순례여행은 9월 26일 저녁 8시 40분에 김해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과 인도 캘커타 공항을 경유한 뒤, 다음날인 27일 오전 10시 경 부탄 유일의 국제공항으로 해발 2300m 고산지에 위치한 파로 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네마리 동물의 우정을 그린 투엔파 우엔시, 부탄 국민들의
|조화로운 이상사회의 꿈을 담고 있다.

27일은 영화 `리틀 붓다`의 촬영지 파로 드종(Paro Dzong)과 소라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을 한 국립박물관을 방문했다. 그리곤 숙소인 D2 야카이(YARKAY)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인구 12만 명의 부탄 수도 팀푸(Thimphu)는 시내에 교통신호등이 하나도 없는데도 서로 양보하면서 잘 돌아가고 있었다.
호텔이나 사원, 그리고 드종(dzong, 城)의 실내 벽면에는 네마리 동물의 우정을 그린 `투엔타 우엔시`가 걸려 있었다.
`투엔타 우엔시`는 부탄의 전래 동화다. 즉, 코끼리와 원숭이와 토끼와 공작은 맛있는 과일을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공작은 과일나무 씨를 구해 오고, 토끼는 강에서 물을 길어다 주었으며, 원숭이는 동물들의 똥을 모아서 퇴비로 주었으며, 코끼리는 과일나무가 다 자랄 때까지 든든한 보호막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일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어떤 동물도 열매까지 키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네 마리의 동물은 지혜를 모아 맨 아래에 코끼리가 서고 그 위에는 원숭이, 토끼, 공작의 차례대로 올라서서 거뜬히 과일나무를 따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이 `투엔타 우엔시` 이야기에서 부탄 국민들이 꿈꾸는 이상사회의 문을 여는 열쇳말이 바로 `협동(Cooperaion)과 조화(Harmony)`임을 알 수 있었다.

정교동심(政敎同心)의 나라 부탄

부탄 순례단은 27일 파로 드종을 보고, 28일에는 부탄의 수도인 팀푸(Thimphu)를 방문해 부탄을 통일한 사브드룽 나왕 남걀이 만든 심토카 드종과 부탄의 현재 왕국인 타시초 드종을 둘러봤다.
그리고 29일에는 부탄의 옛 수도인 푸나카를 방문해, 모츄(어머니 강)와 포츄(아버지 강)가 만나는 두물머리 삼각지에 자리한 푸나카 드종을 순례했다. 이곳 푸나카 드종은 1638년 사브드룽이 완공했는데,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부탄 불교의 최고지도자인 제켐포가 머무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부탄의 민족적 영웅인 사브드룽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며, 초대 국왕의 즉위식과 5대 왕 케사르 남기엘 왕축과 왕비 제션페망의 결혼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드종(dzong)의 건축구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드종의 건축구조는 정치행정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과 종교적 기능을 하는 사원 공간이 분리되면서도 하나의 성(城) 안에 통일되어 있었다. 국토가 좁아 방어와 거주 및 수행이 가능한 복합적인 성(城) 구조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 내면에는 종교와 정치가  일체화되어 나라를 이끄는 정교동심(政敎同心 )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날인 30일엔 해발 3300m 고지대 벼랑 끝에 서 있는 탁상 사원(Tiger Nest Monastery)을 순례했다. 이곳은 부탄에 처음으로 라마불교를 전파한 파드마 삼바바(Padma Shambhava)가 8세기 무렵 호랑이를 타고 왔다는 전설에서 사원 이름이 유래했는데 이곳은 정치행정적 기능은 없고 오로지 종교적 기능만 수행해 드종(dzong)이라고 하지 않고 사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종교는 무엇인가

부탄 순례여행을 하면서 종교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분명한 건 행복나라 부탄에서 종교는 최소한 아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인가? 종교가 사람을 구원할 수 있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의문 속에서 문득 얻은 답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 이었습니다.
첫번째는 진리는 하나라는 점이다. 이것은 동원도리(同源道里)라고 한다. 즉, 불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힌두교든 모두가 한 원리요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상에 기초해야 종교간 조화도 종교간 화해와 일치도 가능하다. 종교가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종교가 걸고 있는 문패가 어떠하든 그 진리는 하나로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 진리가 하나로 통하고 원리가 같다고 한다면 문명의 충돌과 종교전쟁이 근원에서부터 녹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동기연계(同氣連契) 사상이다. 이것은 사색 인종과 동물과 식물 등 생명있는 모든 것이 다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이니 모두가 자비심으로 사랑으로 대해야 할 귀한 존재들이라는 가르침이다.
부탄에서는 개와 소와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공격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도를 닦고 있는 존재들처럼 느껴졌다. 개는 죽어도 먹지 않고 소는 죽은 고기만 먹을 수 있어, 금수와 곤충까지도 자비로운 생명사슬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생명이 우주공동체 안에 서로 의지하면서 연계돼 있다는 사상에 입각해야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도 가능하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부탄 순례여행은 내면에 큰 기쁨을 안겨 준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부탄 순례여행의 백미 - 탁상 사원

9월 30일 부탄순례여행 마지막 코스는 해발 3300m 절벽 위에 있는 탁상 사원을 걸어서 가는 일정이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히말라야의 험준한 설산을 넘어 불법을 전하고자 했던 부탄의 성자 파드마 삼바바(Padma Shambhava)의 불심과도 만나고, 바위 위에 사원을 짓기 위해 때론 등짐으로 때론 조랑말로 건축자재를 날랐을 수많은 분들의 땀냄새 자욱한 공덕과도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 긴 묵언수행 동안 영혼의 깊은 우물 속에서 지혜의 두레박으로 건져 올린 시 한 수를 소개힌다.


 탁상 사원의 미소

2019.9.30 / 정현태

부탄의 불교성지
탁상 사원 가는길
사람 발자욱과 말똥이
군데군데 어지럽다.

삼천 삼백 미터 사원을 향해
가픈 숨을 몰아 쉬면서도
사람들은 말똥을 밟지 않으려고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걷는다

드디어 탁상 사원!
히말라야 넘어온 성자가
절벽 위에 쌓은 천년의 공덕
안개 걷히자 그 자태 선명하다

비 내리는 하산 길
발자욱도 말똥도 분간할 수 없고
깨끗한 곳 더러운 곳 분별도 사라져
아무 데나 밟아도 그냥 땅일 뿐이구나

아!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미소가 번진다
천년의 미소가 노을처럼 번진다

※ 부탄 순례여행에 도움을 주신 남해 용문사 주지 지각 스님과 거사림회 회원, 그리고 부탄 현지에서 수고하신 여행사 가이드와 모든 인연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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