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의 김춘선(서면 중현) 어르신은 시를 쓴다. 남해도서관 시창작반이 올해 펴낸 공동창작시집 「남해에는 천 개의 봄이 핀다」와 「모든 꽃은 남해에서 온다」에 총 7편의 시를 수록한 어엿한 시인이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기막히고 아프고 원망스런 일들이 한가득이다. 스물한 살 시집가던 날 밤늦도록 안 오는 새신랑을 기다리던 일, 가난한 살림살이에 천신만고로 2남2녀를 키워낸 일, 마흔다섯 살에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30년 가까이 병상을 지켜야 했던 일들이 인생 굽이굽이마다 자리해 있다. 어릴 적 동무들과 놀다가 부러진 팔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지금도 아프다.
"사랑이라는 말은 내게 딴 나라 말이나 매한가지였지요." 허나 인생이 어디 아프고 서럽기만 한 것이던가.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들은 잘 커줘 김 시인의 자부심이 됐다. 남해서 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늙어온 김 시인의 인생 희로애락이 열 권의 노트에 빼곡히 담겨 있다. 그는 지금 이 노트에 담긴 사연들을 한 편 한 편 시로 길어올리고 있다.
김춘선 시인은 시집 출판기념회를 하는 이날도 `시간버스`(한 시간마다 오는 버스를 할머니는 이렇게 표현했다)를 타고 남해도서관을 찾았다. 시 수업을 하러 도서관 오는 길은 "멀지만 늘 오고 싶은 꿈길"이었다.
"나는 삶을 시로 적어요. 이웃과의 다툼은 `용서`라는 시가 되고, 대추나무, 감나무도 시가 돼요. 그중에 제일 맘에 드는 시는 `등대`예요." 김 시인은 시낭송회에서도 자작시 `등대`를 낭송했다. "나도 나의 불 밝혀/이 밤 같은 세상에/등대가 되고 싶다"는 79세 시인의 소망은 읽는 이의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듯하다.
※ 시 `등대` 전문은 남해시대 홈페이지에 싣는다.
등대 김춘선 사시사철 바다에 홀로 서서 여전히 밤을 불 밝혀주는 것이 나도 나의 불 밝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