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대장경, 그 `大`의 의미를 밝혀낸 대장정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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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대장경, 그 `大`의 의미를 밝혀낸 대장정의 기록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1.07 15:42
  • 호수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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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윤의 「팔만대장경과 남해」를 읽고 │ 임종욱 작가

`팔만대장경 남해 판각`. 이 아홉 자에 몰입중인 김봉윤(57·얼굴사진)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부회장이 지역신문 기고문, 그간의 연구와 조사 결과의 정수를 담아 룗팔만대장경과 남해룘를 펴냈다.
저자 김봉윤은 머리글에서 "이 책을 통해 대장경 판각지 남해와 관련된 인물과 유적을 찾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했다"며 "고려대장경 판각지라는 과거를 잘 다듬어 보물섬 남해가 목판인쇄문화의 메카라는 옛 광영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남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선사의 제자 명단과 대장경을 판각한 각수 명단을 비교해, 일연문도의 대장경 판각 참여를 밝혀내는 등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부회장은 보존회 부회장뿐만 아니라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남해안역사문화연구소장으로 지역사 연구와 고려대장경 판각지 복원을 위한 일에 매진하고 있다.
임종욱 작가의 서평을 통해 룗팔만대장경과 남해룘를 만나본다. <편집자 주>

고려시대에 판각된 대장경은 단순한 기록문화의 결정판만은 아니다. 나라가 전란에 휩싸여 누란(累卵)의 위기에 놓였을 때, 고려의 민중들은 활과 창을 들고 외적에 저항하면서 이 호국 행위의, 숭고한 정신의 근원을 헤아리고자 했다. 무력을 거부하면서도 그 무력을 녹여버릴 참된 힘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하여 무력보다 더 강한 힘은 바로 평화를 염원하고, 삼라만상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에 있음을 알았다. 그것이 팔만대장경을 이 거세인 사바세계에 존재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나락의 어둠 속에서 절망하지 않도록 밝고 건강한 용기를 세상에 쥐어주었다. 대장경의 환희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
대장경 판각은 거룩한 부처님의 가피력에 힘입어 온 누리를 극락정토로 만들려는 위대한 이타심(利他心)의 발로였다. 고려의 민중들은 대장경의 말씀을 아로새기면서 침략자인 몽골의 민중들에게도 부처님의 축복이 내려지기를 기원했다.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런 대자대비한 굳센 힘이 각수(刻手)들의 고된 손놀림을 무디지 않게 해주었다.
대장경의 태를 묻은 판각지가 남해라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런 외침이 아니다. 남해가 판각에 가장 좋은 입지를 갖췄기 때문에 그 어마어마한 경판의 결집이 남해에서 이루어졌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를 품고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를 닮은 남해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우리가 보듬어야 할 아이라는 모성애(母性愛) 그 자체로 살아 있다. 그래서 남해 사람들은 판각의 대업에 가슴 뜨겁게 동참했고, 그 울림이 메아리쳐서 사람과 물자가 남해라는 큰 바다로 몰려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김봉윤의 노작(勞作)을 읽으면서 나는 8백 년 전 대장경을 세상에 나투고자 헌신했던 고려 민중들의 신념과 노고의 땀방울을 올올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글은 이제는 속절없이 땅에 묻혀버린 남해 대장경의 역사를 한 톨도 남김없이 사람들에게 전해주려는 열정으로 뜨거웠다. 대장경을 향한 사랑뿐만 아니라 대장경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까지 길어 올리고 있었다.
저자 김봉윤은 남해 토박이다. 남해의 따뜻한 숨결과 남해의 뜨거운 피를 이어받았기에 남해의 흙 속에 마냥 잠들 수 없어 기지개를 켜고 약동하려는 대장경의 몸부림을 진즉에 알아차렸다. 누가 추켜 세워 주지도 않고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그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대장경의 자취를 찾아 하염없이 헤매었다.
공수를 받은 무당마냥 그는 남해의 그늘진 땅을 훑고 후미진 언덕의 흙을 파헤치면서, 남해 대장경의 뿌리와 얼개를 찾아냈다. 이 보상을 바라지 않는 노력은 이 책의 글귀마다 이삭처럼 파릇파릇 새겨져 있다. 그런 새싹의 싱싱함과 머지않아 다가올 결실의 가능성이 스며있어, 이 책이 저자가 걷고 있는 대장경 순례의 맺음터가 아니라 첫걸음임을 깨닫게 만든다.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전반부는 대장경의 고향 남해의 법맥(法脈)을 헤집는 구도(求道)의 날들과 성과를 캐낸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글쓴이의 행보를 따라 묘사가 이어지고 있어 마치 읽는 이가 직접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 땅을 일구는 듯한 현실감을 전해준다. 그래서 남해 대장경의 역사가 이제 남루의 떼를 벗고 화려한 부활의 모꼬지로 나갈 준비를 마쳤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남해를 더욱 보물섬이게 만드는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사라져버린 남해고탑을 기리는 안타까움과 한때 남해의 등불이었을 화방사 옥종자, 그리고 성전의 울림이 지금도 들릴 듯한 관음포와 탑동 돌탑에 어린 남해 사람들의 마음을 전설처럼 속삭여준다. 하나하나가 우리가 기려야 할 보물들임을 일깨운다.
글의 진정한 힘은 붓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발끝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그 발끝의 경험이 이 책의 큰 미덕이자 설득력이면서 감동이다. 남해의 흙과 돌을 밟으면서 대장경과 문화유산의 거처들을 톺아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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