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제도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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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제도에 관한 소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1.15 14:04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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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2020학년도 대학입시 요강에 따르면 전체 모집인원의 77.3%를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으로 나머지 22.7%를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약칭이며, 내신 성적·출결·신체 발달·수상 경력·체험 활동·봉사 활동·교과학습 발달 등 학생 개인의 인적 사항을 담은 종합평가서다.
수능은 비교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춘 입시제도라 평가받지만 이와 반대의 시각도 있다. 즉 `성적지상주의` `대학서열화`를 불러일으키고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교에서조차 수능을 대비한 파행학습을 실시함으로써 공교육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정책에 반영된 결과 1996년 수시제도가 도입되었고 어언간 입시제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으며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게다가 수시전형의 불명확한 선발 기준과 복잡한 선발 방식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수시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일명 학종)은 주관성이 개입할 소지가 크다. 실제로 경제력·정보력·사회적 지위를 가진 일부 학부모들에 의해 자격 미달의 자녀를 명문대에 들여보내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엄마사정관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도 자녀의 출세와 영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있어서다. 학교 스스로 공정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정 학생에게 교내 수상 경력을 몰아주거나 봉사활동·동아리 활동을 허위로 기재하는 식이다. 아예 특별반을 꾸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챙기기도 한다.
수시전형의 취지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고도 투명한 검증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류 심사만으로 진위 파악이 어려우면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지원자와 주변인들을 면대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력과 잠재능력을 겸비하고도 단지 부모의 스펙을 대물림한 상대에게 밀릴 경우 승복하기가 쉽지 않다. 참신한 인재들이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계층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정의를 논할 수 없다. 공정의 원칙이 지켜질 때 어느 개천에서든 용이 나오고 누구라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그리고 수시전형을 단순화시키되 소외계층 자녀·농어촌 지역 학생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기회균형선발을 유지해 교육적 수혜 격차를 줄여야 한다.
한편, 학생의 학습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교사의 수업권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에게 교육의 본질에 합당한 수업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교사 스스로 수업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평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교육 정상화의 성공 여부는 수능 열기조차 잊게 만드는 흥미롭고 알찬 교실 수업과 그것을 진행하는 교사의 사명감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명실상부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수험생과 학부모는 정시 확대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수시제도보다 수능제도를 더 신뢰해서인데 이 요구는 번번이 묵살되었다. 그런데 최근 고위공직자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대입제도 개편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육 관련 단체들이 반대에 나섰다. 주된 비판인즉슨 정시가 부활하면 오지선다형의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시험지를 접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입식이 통하는 것은 오히려 내신이지 수능은 달달 외워서 풀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전국의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정시와 수시 지지도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 사회는 늘 난마와도 같은 입시 논란을 거쳐 발전해 나왔다. 그만큼 한국인의 교육열이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이 남다른 에너지가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확대 재생산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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