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의 첫 `시의 집`, 「앵강만」 등단 16년 만에 첫 시집 12월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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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욱의 첫 `시의 집`, 「앵강만」 등단 16년 만에 첫 시집 12월 출간 예정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1.15 16:44
  • 호수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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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욱(54·설천 금음) 시인은 천천히 시의 집을 짓는다. 벽돌 한 장 한 장 올리듯 시를 한 편 한 편 정성스레 쌓아간다. 1년에 5편 가량 쓰니 그 집이 과연 얼마나 지어졌을까.
 문성욱 시인은 원래 건축학도였다. 문학에의 꿈을 접을 수 없어 대학 3학년 때 국문과에 편입해 문학도의 길로 들어섰고, 2003년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텅빈 항아리`로 등단했다. 그때부터 시창작을해 한민족통일문예제전 경남도지사상(2004)을 수상했고 2007년부터 `진주작가`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과 형평」을 발간하기도 했다.
 문 시인의 삶의 이력은 다채롭다. 젊은 시절 찾아 나선 길은 공사판이었다. 10년 가까이 서울의 건설현장에서 `집`을 지으며 살다가 이제는 내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 싶어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문이 보인다` 등 건설현장과 관련된 것이 많다. 
 전업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을 생각해 일을 해야 했다. 2004년에는 대국산성에서 산불감시요원으로 근무했고 2006년에는 산을 내려와 남해성당 사무장이  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군복무 시절 만난 가톨릭 신학생으로 인해 가톨릭교와 인연을 맺은 덕분이다. 2013년에는 2층집을 지어주면 시집오겠다는 배필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내를 위해 진짜 `내 집`을 지었다. 이 이야기들도 그의 시가 됐다.
 그동안 집을 짓듯이 써온 시들을 모아 올 12월에 첫 시집 「앵강만」을 낸다. 등단한 지 16년 만이다. "신문잡지를 통해 발표하다 보니 시가 분산돼 있었어요. 한번 정리해야겠다 싶어 준비했는데 집 짓는다고 많이 늦었네요." 첫 시집을 묶으면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 시집을 낸다"는 문 시인의 의욕이 반갑다.
 문 시인은 이제 집짓기나 건설현장 같은 딱딱하고 경직된 이야기는 그만 쓰고 싶다고 말한다. "앵강만 저쪽 노도와 남해의 새소리 같은 아름다운 시를 담고 싶습니다. 시도 언어로써 형태를 다듬어가는 건데 건축과는 소재의 차이이지 본질은 같다고 봅니다. 재료는 결국 물질이니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고 표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건 결국 문학이지 않을까요. 이것을 어찌 표현하는가는 또 남은 숙제입니다."


 

 북을 울릴 수 있다면


 문성욱
 
 겨울 새벽이면 동네를 울렸던
 베틀의 북소리 들릴 듯하지만
 아득히 먼 시간의 강
 골이 깊다
 
 윤달에 길쌈을 하여
 저승길 수의를 미리
 준비해주시던
 우리들의 어머니
 
 날줄과 씨줄의 사이를 오가며
 바디 가까이에 있었던
 북, 희미한 기억 속에 살아 있고
 남북을 달릴 열차의 뉴스에 새벽잠 설친다.
 
 다시 시작해야 할
 남은 숙제들을 위해
 대국산성에 올라
 바다를 본다.
 
 앵강만을 돌아
 섬들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그 길을 향하여
 어둠의 밤길을 달려야 하리
 
 베북 가는 길 넓지 않아도
 베매기를 계속
 해야 하리,
 베틀에 북 울릴 수 있다면

 「노이즈」 제8집(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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