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암 김구 선생이 쓴 두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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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암 김구 선생이 쓴 두보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1.21 18:05
  • 호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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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기록이야기 14 │ 김연희 남해군 학예연구사
김연희 │ 남해군 학예연구사
김연희 │ 남해군 학예연구사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지난 2일 김만중문학상 10주년을 맞이해 제1회 학생백일장을 개최했다.
초·중·고등학생 210여명이 참여해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누어 실력을 겨루었다. 작품의 수준과 문학적 소양은 둘째 치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학생들의 글씨체를 걱정했다. 컴퓨터나 노트패드, 스마트 폰의 사용으로 글씨를 써 볼 기회가 적어진 것은 이해하나 괴발개발 쓰인 글씨들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남해유배문학관에는 조선전기 4대 명필 중인 한 사람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분은 바로 자암 김구 선생이다.
김구?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유배문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되묻기도 한다. 김구? 백범일지 김구? 물론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은 아니다. 15세기 말 조선시대에 태어난 자암 김구 선생이다. 이를 아는 이들도 자암 김구 선생 하면 남해를 신선의 섬으로 노래한 화전별곡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자암 김구 선생이 쓴 두보시 중 일부(영인본, 남해유배문학관 소장).遲日江山麗春風花草香(지일강산려춘풍화초향) -기나긴 봄 햇살에 강과 산이 빛나고, 봄바람에 꽃과 풀이 향기롭다.
자암 김구 선생이 쓴 두보시 중 일부(영인본, 남해유배문학관 소장).
遲日江山麗春風花草香(지일강산려춘풍화초향) -기나긴 봄 햇살에 강과 산이 빛나고, 봄바람에 꽃과 풀이 향기롭다.
충청남도 예산에서 매년 개최되는 자암 김구 전국서예대전.
충청남도 예산에서 매년 개최되는 자암 김구 전국서예대전.

시문에 뛰어났음은 잘 알고 있지만 안평대군, 양서언, 한석봉과 함께 조선전기 4대 명필로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암 김구 선생의 글씨체는 그가 살던 인수방 마을 이름을 따서 인수체(仁壽體)라 부르며, 중국 사람들도 그의 글씨를 사가지고 갈 정도였다고 한다.
유배문학관 제4전시실인 남해유배문학실에는 자암 김구 선생이 쓴 두보시가 전시되어 있다. 영인본으로 2010년 9월 유배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자암 김구 선생 후손들이 직접 기증한 것이다.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작품은 초서체로 힘이 넘치며 시문에 맞춰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친필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작품으로는 「이겸묘지(李謙墓誌)」, 「자암필첩(自菴筆帖)」, 「우주영허첩(宇宙盈虛帖)」, 국립중앙박물관의 「두보시」, 경남대 데라우치문고 중의 「시고」 등의 단편이 전하고 있을 뿐이다. 저서로는 「자암집(自菴集)」이 있는데 거기에 `화전별곡`이 실려 있다. 선생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충청남도 예산에서는 매년 자암 김구 전국서예대전이 열려 그의 서체로의 예술업적을 기리고 있다.
글씨라는 말은 그 자체로 글의 모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글씨라는 말에 `…체`라고 붙여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글씨가 지닌 기운이나 운치 등을 이를 때도 쓰인다. 그래서인지  유명인이 잘못을 한 경우 자필로 반성문이나 사과문을 올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자필에 들어 있는 진정성과 기운 때문이지 않을까?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엔 탐구생활과 함께 펜글씨 교본이 방학 숙제였다. 글씨체를 교정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인격수양의 기본으로 글씨 쓰기를 숙제로 내준 것 같다. 앞서 백일장의 아이들의 글씨체를 걱정한 것도 단순한 글씨체의 기교보다 천천히 꾹꾹 눌러 정성스레 쓰지 못하는 아이들의 요즘 정서가 반영돼 있는 듯해 걱정이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서점에 가보면 뉴트로 열풍을 타서인지 21세기 펜글씨 교본, 손 글씨 쓰기 노트, 필사하기 등 다양한 교재들이 유행하고 있어 그나마 글씨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올 가을 남해유배문학관에 들러 자암 김구 선생의 필력의 기운도 받고,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사서 필사하기를 통해 나만의 글씨체를 만들어가는 여유를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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