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출신과 금성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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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출신과 금성 출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1.29 17:12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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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심쿵은 심장이 쿵할 만큼 놀람을 뜻하는 신조어지. 기뻐서 심쿵, 슬퍼서 심쿵, 울화통에 심쿵, 그리움에 심쿵, 심쿵 유발 요소야 다양하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도 다 서로 심쿵해서지. 근데 연애 시절이 끝나고 `결혼 대첩` 실전에 돌입한 초장부터 느낌이 왠지 싸하지. 그도 그럴 것이 화성 출신 남자와 금성 출신 여자가 지구에서 랑데부했으니 남녀의 벽을 통감할 법하지. 자신들의 유일한 공통점을 `숨쉬기`라 고백한 부부도 있지. 어쩌면 남자와 여자는 사고나 행동 체계가 완전 다른 별개의 종족인지도 모르지. 암튼 그렇게도 사랑했는데 그렇게나 심쿵했는데 달달한 신혼은 `3달 천하`로 끝나고, 시베리아 한랭전선이 흐르네.
이후로 남편들은 아내와 담소를 나누고 싶어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해도 부쩍 신중해지지. 마눌님이 입을 아예 안 열거나 정반대로 한번 입을 열면 멈추지 않음을 이미 학습한 때문이지. 아내들 복장 터지는 건 또 하늘이나 알지. 딴 여자한텐 참 친절하고 남 말은 그리 잘 들으면서 집사람 이야기는 귓등으로 흘리니 내 편인지 남의 편인지 헷갈리지. 자식을 챙길 때도 시샘 많은 남편의 눈치를 봐야 하지. 문득 떠오르는 만고불변의 금언 하나 있지. 큰 아들 하나 더 키우는 셈 치고 인욕바라밀 하세!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생의 3고(苦)는 고통·고생·고독이지.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지 못해 심적 고통을 앓고 몸고생을 겪지. 양쪽 진영이 예민해진 상황에선 대화와 소통이 원활할 리 없지. 대화의 부재는 고독을 부르지. 차라리 티격태격 싸우며 정들어 가자. 심쿵할 수 있을 때 심쿵하자. 심쿵하게 만드는 것 어렵지 않아요. 세레나데 안 불러 줘도 된다니까. 장미꽃 한 다발에 `당신은 나의 영원한 안식처야` 이 한 마디면 아내들 가슴이 녹는다니까.
곰곰 생각하니 그땐 서로 달라서 서로에게 이끌렸고 심쿵했지. 완전 똑같았으면 별 재미도 없고 심드렁했겠지. 어느 날 아가씨 적 그녀가 붉은빛 원피스에 깔 맞춤 립스틱 바른 입술을 달싹이며 "평생 나만 사랑할 거죠?"라 물었지. 남자는 즉석에서 `오케이 바리`로 화답했지. 허나 한정판 사랑의 언약이었지. 약속이 열이면 위반도 열, 그 많던 약속은 누가 다 잡아먹었을꼬.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준다더니 일 년 열두 달 두 손이 질척하네그려. 운전대 잡으면 전방 차량을 주시해야지 길 가는 짧은 치마 여성의 스타일을 스캔하고 있네. 관심이 아니고 본능이라면서. 헌데 사방팔방 둘러봤자 별것 없다고. 남편들이여!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 끓여 주고 불룩한 술배를 예삐 봐 줄 사람은 옆지기밖에 없음을 기억하라.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밖에 나가 아무데서나 허리 굽혀서, 안 그래도 눈물 많은 아내들 좀 울리지나 말고. 알고 보면 잔소리쟁이 마누라도 부드러운 여자라니까.
구르는 낙엽만 봐도 빵 터지던 사춘기가 저만치 밀려가니, 멜로드라마 한 장면에 눈물 찔끔 나는 오춘기가 꾸역꾸역 밀려오네. 솔직히 중장년층이 되어 10대 때의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다시 겪는 건 좀 얄궂지. 그래도 가슴 속에 한 조각 로맨티시즘이 살아 있으니 다행 아닌감?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과 미련도 없진 않다만 어느덧 중년의 여유만큼은 두둑하게 장착했지. 니들이 나이 들어 봤어? 우리는 젊어 봤다, 뭐 이거지. 객기인지 용기인지는 모르겠고. 본시 인간의 고독은 돈과 명예와 권력으론 해결 못할 원초적 통증이지만, 마음궁합 맞는 길동무 곁에 있으면 혼자선 막막한 오춘기도 견딜 만하지.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망운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남은 인생 살고지고. 기왕 사는 마당에 서로 할퀴며 살까나 아끼며 살까나, 울며 살까나 웃으며 살까나. 선택은 자유, 행복은 필수. 자, 이 땅의 호모 사피엔스들이여! 인생 여정이 멈출 때까지 부디 화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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