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마늘연구소 1년을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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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마늘연구소 1년을 되돌아보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1.29 17:30
  • 호수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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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규항 (재)남해마늘연구소장
경규항 │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경규항 │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남해마늘연구소 소장 임명장을 받은 날(2018년 11월 19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나간 세월은 쏜살같이 빠르다고 했는데, 정말 눈 깜빡할 사이였다.
대학 현직에서 25년 이상 전념했던 마늘연구를 마늘연구소에서 다시 계속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들뜬 마음으로 남해에 왔다. 새로 부임해온 연구소장을 바라보는 군민들의 생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인 듯했다. 한편으로는 연구소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소장 한 명 데려와 봤자 근본적으로 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기대가 혼재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사족이 되겠지만,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낼 수 있지만,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100%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올해가 남해마늘연구소 설립 11년째이고 내년 2020년에는 12년째가 되지만 죄송하게도 마늘 이용을 확산시키거나 남해마늘과 남해마늘연구소의 우수성을 자랑할 만한 쾌거는 많지 않았다. 현직 연구소 소장이 그렇게 말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얘기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동안 연구개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고도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어도 해낼 수 있는 결과물들이었다.

남해마늘 명품화로 가는 길
남해 마늘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하나 있다. `마늘반점`문제다. 반점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내가 남해에 내려와서 현지 상황에 대한 조사를 하는 중에 알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그 역사가 긴 편이다. 인터넷에서 `반점마늘`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005년 12월과 2012년 7월에 반점마늘 문제에 대한 지역신문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현재에도 그 문제는 변함없이 남아있으니, 마늘반점의 역사는 적어도 15년은 되었다는 얘기이다.
올해가 특별히 반점 발생률이 높은 해라고는 하지만, 생산된 전체 마늘의 평균 30%가 반점과 충해(응애)로 인해 제 값을 못 받는 불량마늘이다. 대충 계산 한 번 해보자. 매년 남해에서 생산되는 마늘이 10,000톤(^10,000,000kg)에 이르는데, 이를 kg당 3500원으로 계산하면 남해산 마늘의 가치는 연간 350억원이 된다. 그런데 350억원의 30%인 약 100억원에 해당되는 마늘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불량마늘이다. 물론 반점과 충해문제가 덜한 해도 있고 더 심한  해도 있기 때문에 손실액수는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큰 손실임에 틀림이 없다.
만일에 불량률을 10% 또는 5% 이내로 줄일 수 있다면, 남해마늘에서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약 70~80억원씩을 매년 줄일 수 있다. 이 액수는 마늘연구소 6년 운영지원금과 맞먹는 큰돈이다. 이 문제는 쉬쉬 하면서 감춰야 할 문제가 아니고 밖으로 들춰내어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반점을 포함하는 불량률의 축소는 남해마늘이 명품화로 가는 첫 단계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며, 참고 사항이지만 마늘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통마늘의 반점률은 8.8%였다.

마늘농업, 무한 경쟁시대 돌입하다
올해 7월 26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서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이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부문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 결정이 우리나라 농업에 당장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 말이 당장은 맞을지 모르나 언젠가는 우리 농업에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마늘 관세가 현재의 360%보다 훨씬 낮은 최저 108%까지 밀릴 수 있게 되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약 20년 전에 한 차례의 마늘 갈등이 있었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있다. 1999년에 갑자기 늘어난 중국산 수입마늘 때문에 국내 마늘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피해를 입게 되자, 우리나라 정부는 이듬해 2000년 5월 (다진마늘용)냉동마늘과 (장아찌용)초산마늘의 수입 관세율을 30%에서 315%까지 올리는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그 일로 인해 우리나라는 중국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불과 3년 전 2016년에는 사드배치를 문제 삼으면서 각종 경제보복을 하였고 그 여파는 지금도 남아있다. 절대 마음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웃이다.
앞으로 외국산 마늘이 낮은 관세율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미리 대비해둬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마늘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다 그렇듯이 국내외에서 경쟁하려면 가격과 품질에서 이겨야 한다. 둘을 다 이기면 최선이고, 둘 다 지면 게임 끝이다. 품질이 좋든지 가격이 싸든지 적어도 둘 중에 하나가 있으면 한 번 붙어볼 수는 있다. 우리나라 마늘, 특히 남해마늘의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 두 가지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장담하지만, 마늘 불량(반점과 충해)발생률을 줄이면 당연히 품질 경쟁력이 올라가고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돌멩이 하나 던져 새 두 마리를 잡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반점 발생률을 중국산 수출품처럼 10% 이내로 줄여서 품질의 향상을 꾀해야 하며, 미국에서 경쟁 우위에 있으려면 5% 이내이면 더욱 좋다.

마늘연구소장의 약속
우리 연구소에서는 당분간 마늘관련 지역 현안과 마늘을 원료로 하는 실용제품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마늘과 시금치의 기초자료 확보와 마늘 반점문제 해결 등의 현안문제가 있고, 무취마늘을 포함하는 마늘가공 신제품 개발 등이 있다. 그리고 기초연구분야에서는 흑마늘의 새로운 기능성 지표성분 개발과 신물질 탐색 등이 있다.
앞에서 마늘의 반점발생률을 감소시키는 것이 국내에서는 남해마늘이 명품으로 인정받는 제 1단계라고 했고, 외국 마늘과 경쟁을 할 때는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마늘 반점발생률을 감소시키면 남해마늘농가와 가공업체의 소득은 무조건 향상된다. 마늘 반점문제 해결의 주요 당사자는 마늘연구소와 농업기술센터이며, 현재 두 기관이 협력하여 이 문제의 기초적인 현황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반점마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 있었으니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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