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소년
상태바
바다에 빠진 소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2.06 12:53
  • 호수 6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주변 친구들이 첫사랑과 음악에 빠져 사춘기가 찾아왔다 할 즈음, 소년은 자기 삶의 무게를 필요 이상으로 느꼈다. 바다에 빠져 까치발을 들면 겨우 코를 수면 위로 내어 숨을 쉴 수 있다. 조금만 정신을 놓치면 코로 물이 들어오기에 얼굴이 물 위로 나와 있는 이가 있는 방향으로 까치발을 들고 부지런히 걸었다. 그를 지나니 가슴을 물 위로 내놓은 이가 있어 다시금 방향을 잡고 부지런히 걸어 나왔다.

하지만 무릎까지 빠진 이를 지날 때 그의 입에서 "조금 있으면 속옷이 젖을 것 같다"며 불평했다. 소년은 왜 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발만 구르며 걱정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쳤다.

발목에 물이 닿을 만큼 나왔을 때 소년은 이제는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가면 백사장에서 앉아 여태껏 느끼지 못한 여유도 즐길 생각에 행복했다. 그 순간 "양발과 신발이 젖었어. 물이 너무 차가워. 저기 백사장에 누워 음료는 마시는 이도 있는데 나는 이게 뭐야" 하며 불평과 함께 남을 시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제야 소년은 물이 차갑다는 것과 옷이 젖어 착 달라붙어 불편한 것을 느끼며 앞만 보던 시야를 돌려 옆과 뒤를 보았다. 정말 많은 이들이 발목부터 얼굴까지 각자 다른 깊이로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하지만 물 밖으로 방향을 잡고 나오는 이보다 그 자리에서 발만 구르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고,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이들이 보고 안타까웠다.

물을 나와 나무그늘에 앉아 옷을 말리며 행복을 느끼는 소년에게 "저기 언덕 위 저택에는 좋은 집에 풀장까지 딸려 있고 매일 친구를 불러 파티를 하는데 부모를 잘 만나 호강에 겨운 놈들이다. 나는 부모를 잘못 만나 이 모양으로 산다. 세상 불공평하다"라는 불평을 들으며 소년은 생각했다. 세상이나 부모를 원망할 생각이 드는 건 분명 삶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니 모자라다 느끼는 부분은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