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종이문서들`
상태바
`오래된 종이문서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2.12 11:50
  • 호수 6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군 기록이야기 15 │ 이미숙 남해군 기록연구사

남해군에서 가장 오래된 공문서는 몇 년도쯤 생산된 것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조선시대 관헌이 있었던 곳이니 잘 전달·보존되어왔다면 조선시대 문서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우리군에서는 영구, 준영구 이상의 역사적, 행정적 가치 등을 지닌 중요기록물들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여 보존하고 있다.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인 국가기록원은 우리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생산되어온 민간과 공공기간의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정리하여 보존하는 곳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검색하고 열람할 수 도 있다.

1923년에 생산된 「호적부책보존부」와 「폐기목록철입장」이 현재 남해군 기록관에 보존되어 있는 오래된 종이기록물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철 표지에 보면 대정12년에 설천면사무소에서 생산하였으며 보존기간이 `영구`라고 적혀있다.

필자가 읍·면 문서고를 점검하던 중에 서가 한 귀퉁이에서 발견했다. 거의 100년이 가까워 오는 동안 그곳 주민들의 호적관련 업무의 증빙자료로 활용되다 문서고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꽤 많은 수의 기록물들이 조사되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가는 와중에 살아남은 셈이다.

기록물이란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적어놓고 찍어놓고 만들어놓은 결과물들이다. 그곳이 민간이든 관공서이든 간에 삶의 흔적들은 남기 마련이다. 곳곳에 숨어(?)있거나 흩어져 있던 기록물들을 찾아내는 순간순간은 짜릿하다.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지니며 또 다른 정보와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찾아낸 오래된 종이기록물들의 내용이 아닌 형태나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단기4291년 `분배농지관계서류철`이라고 한글로 표지가 쓰인 기록물철은 1958년 서면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 이후에 생산된 많은 문서들이 계속 한자로 쓰인 것과 대비되게 표지는 한글로 딱 적혀 있었다. 종이는 누렇게 산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표지철 뒷면에 인쇄된 영어다. 순간 기록 표제지인가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아니다. `멸균한 정제된 옥수수가루`는 어쩌고 저쩌고……. 쓸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전후 상황이었기 때문에 종이물자가 귀했을 것이다. 미군보급품 종이로 만들어진 공문서철은 생산당시의 시대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마 재질이 튼튼했나보다. 공문서철표지로 재탄생되는 걸 보면.

1980년대 기록물의 표지 아래 부분에 `종이한장 아껴쓰면 삼천만이 삼천만장`이라 찍혀있다. 여기서도 그 당시 경제나 인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기록물에서는 소소한 재미들이 쏟아진다. 또 다른 사진 속에 컴퓨터나 타자기 없이 인쇄된 듯 자간·줄간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한자로 쓰인 「건축공사시방서」를 보면 `나는 과연 저 당시 공무원처럼 저렇게 해 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스럽다. 1961년 생산된 「조례대장」 역시 필체가 시원한 한자로 쓰여 있다. 왠지 당시 공무원은 스스로의 지적능력에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끝으로 1975년 「군수지시사항」이 적힌 기록물을 보자. 지금은 쉽게 읽어내기도 어려운 저 메모지를 받아든 공무원이 `나`라고 생각해본다. 떨리는 순간이었겠지만 일 처리를 잘 해냈을 것이다. 하하하 `내부운영……속한 직원……사항을 기한내에 차질없도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