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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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선 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2.12 14:46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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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얼마 전 라디오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소개된 사연은 친구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며 직장 상사의 험담을 하는 내용이었다. 먼저 한 친구가 이사한 직장상사가 쉬는 날 불러 할 수 없이 온종일 집정리를 도왔는데 짜장면 한 그릇 얻어먹고 왔다며 푸념하자 다른 친구는 명절을 앞두고 사장이 지인들 선물 배달을 시켜 몇 주 동안 주말도 없이 택배기사 일을 한다며 한탄했다.


그때 묵묵히 술잔만 비우던 친구가 "너희는 행복한 줄 알아라. 나는 몇 달 전 사장이 키우던 애완견 장례식에 가서 부조하고 얼떨결에 개에게 절까지 했다"하기에 친구들이 거짓말이라 하니 "사장이 자식처럼 키우든 개가 죽자 장례식을 한다기에 의구심을 품고 직원 몇이 모여 문상하러 가니 사람이 죽은 것처럼 애통해하며 장례식을 치르길래 부조하고 왔는데 지난주는 새로 입양한 개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축하곡을 부르고 선물도 주었다며 한탄했다.


한때 가축에 불과했던 견공의 위상이 어느 날 애완견이 되더니 요즘은 반려견이라 불리며 호사를 누리는 일들이 주변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다. 한 끼 식사비용이 서민들보다 많이 소요되고 개전용 간식을 먹고 전문 미용사에게 고가에 미용을 받으며 심지어 개호텔 사업까지 등장한 현실이다.


무한에 가까운 주인의 사랑을 받는 반려견은 집안에 서열을 정한다고 하는데 보통 주인 중 한 명은 위에 두고 나머지 식구들은 자기 아래 두고 행동한다. 호사를 누리고 살다 간혹 우울증에 걸려 식음을 폐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원인 중 한 가지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했을 때라 한다.


스스로 사람인 줄 알고 살다 네발로 걷는 자신을 확인하고는 놀라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평생 자기의 내면을 보지 않는 이들이 많은 요즘 오히려 웬만한 사람보다 나아 보인다. 거울 앞에 서서 혹시 네발로 걷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레 바라다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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