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카노푸스(Canopus)를 말할 때 우리는 노인성(老人星)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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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카노푸스(Canopus)를 말할 때 우리는 노인성(老人星)이 있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2.19 16:24
  • 호수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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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9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노인성(老人星)이라는 명칭은 남해제일고의 전신인 남해농업고등학교의 교가에도 나오는데 서양에서 흘러온 카노푸스(Canopus)와 일치하는 별이다. 하늘에서 태양을 제외하면 시리우스 다음으로 가장 밝은 항성이다. 이 별은 태양과의 각거리가 작고 주변의 천체들보다 훨씬 밝아 우주선의 자세제어를 할 때 기준이 된다고 한다.


동양에서 노인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 믿었다. 옛 기록에 노인성을 보면 나라에서도 아주 경사스러운 길조로 여겨 나라에 알리도록 했고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 선생에 의하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수를 위해 모두가 노인성을 보기를 원했고 자신은 관측을 위해 한라산에 세 번 올랐다니 그러한 역사적인 사례들을 우리 남해는 조정의 고관대작들이 남해에 유배를 많이 오는 바람에 일찍 널리 알게 되었을 것이고 많은 남해인들은 금산에 올라 노인성을 찾았을 것이다.

노인성(老人星)

圓如半月赤如日(원여반월적여일)
둥글기는 반달 같고 붉기로는 해와 같아
春夕秋朝兩渡來(춘석추조양도래)
봄날 저녁과 가을 아침에 두 번 찾아오네
聞道南海多壽老(문도남해다수노)
남해사람 장수하는 까닭을 듣고 보니
年年爲見上高臺(년년위견상고대)
해마다 높은 대(금산)에 올라 노인성을 봄이로세.


2008년도에 발간한 남해읍지(南海邑誌)에 실려 있는 노인성(老人星)이라는 시다.


놀랍다. 서양인들이 카노푸스(Canopus)를 말할 때 우리 선조들은 이미 노인성(老人星)을 가까이 하고 있었고 이 별의 특징은 물론 봄날 저녁과 가을 아침에 두 번 찾아오며 이 별을 보면 장수할 수 있다는 전설까지 밝혀버렸다. 이미 그 때 남해인들은 장수했다는 사실까지 이 시인은 적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시인이 이런 놀라운 시를 지었는데도 우리는 이 인물이 누구인가를 찾아보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유년기부터 할머니 손에 이끌려 금산에 자주 올랐다. 할머니께서는 집안의 경사와 식구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노인성(老人星)과 금산 38경을 보기 위해 저녁 산장에서 눈을 붙이고 새벽에 나를 깨워 상사암을 올랐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할머님이 그리워진다. 어려서부터 할머님께서는 필자에게 사나이 대장부는 호연지기를 키워야 된다면서 명산대천으로 많이도 데리고 다니셨다. 고향의 망운산, 물살 거센 노량해협, 지족 손도는 물론, 방학이 되면 여수까지 가서 시꺼먼 증기기관차로 내륙문화의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주셨다.   


소위 요즘 자주 듣는 격대교육(隔代敎育)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 할머님께서는 환갑을 넘기기도 어려운 그 시절에 83세 까지 수를 누리셨고 임종은 장손인 필자가 지켜드렸다. 유년 시절 할머님 손에 이끌려 노인성을 보기 위해 금산에 올랐을 때부터 필자의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심상이 크게 자극받은 것 같다. 상사암 천길 바위 끝에서 세존도 떠있는 바다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등산길도 제대로 없던 그 시절 38경을 다 보려면 아주 힘들었지만 필자는 부지런히 할머님을 따라 다니며 그 곳들의 전설을 다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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