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드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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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드렁크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12.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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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한 나라의 경쟁력은 스포츠에서 곧잘 드러난다. 지금 우리나라는 축구와 야구 등 많은 종목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하고 수준급의 기량을 뽐내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존재감 없는 국력만큼 스포츠도 열악했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 86부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세계 스포츠계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88서울올림픽으로 위상을 높인 후에야 경제 활성화와 함께 급속하게 발전했다.


그전에는 대다수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전쟁 후 빈곤한 나라로 여겼고 올림픽 전에는 대부분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유독 복싱 경량급에서 만큼은 많은 챔피언을 배출했다. 80년대 초반 텔레비전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절 복싱영웅들의 경기는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특히 일본선수와 경기하는 날이면 온 국민이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복싱은 글러브를 끼고 하는 운동이지만 오랫동안 선수활동을 한 이들은 펀치드렁크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가곤 했다. 21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복서로 평가받는 알리도 은퇴 후 펀치드렁크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했다. 우리가 보기엔 훅이나 어퍼컷 등 강한 펀치가 후유증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볍게 자주 맞은 잽이 뇌에 손상을 많이 준다고 한다.


우리 삶에도 이와 같은 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매장 계산대 근무자나 식당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고객과의 마찰·다툼 때문에 힘든 것 보다 그들이 의미없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들에 피로를 하소연하는 일들이 많다. 크게 문제 되는 일들은 해결책을 찾거나 싸울 수 있지만 조그만 감정을 실어 던지는 말에는 대응도 어렵고 설령 대응할라치면 그만한 일에 참지 못한다고 핀잔 듣거나 사소한 일에 일일이 반응하는 예민한 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까운 가족 특히 자식과의 대화가 어렵다면, 평소에 본인의 말투가 의미 없는 가벼운 지적질로 잽을 자주 던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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