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농민 구점숙의 여성농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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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농민 구점숙의 여성농민 이야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1.02 10:18
  • 호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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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 여태전(상주중학교 교장)
여 태 전 상주중학교 교장
여 태 전
상주중학교 교장

여성농민운동가 구점숙은 보물섬 남해의 보물이다. 첫 만남은 2014년 가을쯤으로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단호박을 들고 학교로 찾아왔다. 전국적인 농민조직운동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이력은 어디로 감추고 자신을 그냥 `보통농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때 이후 내 전화기에는 `구점숙 보통농민`으로 저장되어 있다. 굳이 "나, 여성농민이야!" 하고 외치지 않아도 좋은 세상! 일상의 삶에서 남녀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그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읽혔다. 어쩌면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상은 이 `보통`이란 말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점숙 여성농민이 이번에 출간한 룗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룘. 구점숙의 북 토크는 오는 10일(금) 저녁 6시 30분 남해여성인력센터에서 열린다.
구점숙 여성농민이 이번에 출간한 룗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룘. 구점숙의 북 토크는 오는 10일(금) 저녁 6시 30분 남해여성인력센터에서 열린다.

만나면 만날수록 구점숙은 참으로 맑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들판에서 근무`하며 `여성농민`으로서 겪었어야 할 그 많은 좌절과 애환은 아랑곳없이 어쩌면 저렇듯 유쾌하고 발랄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그는 늘 환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물론 시위나 투쟁현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농민운동가의 모습이었겠지만.


최근에 구점숙은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도서출판 한국농정)라는 책을 펴냈다. "여성농민이 쓴 여성농민 이야기"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그가 한국농정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정리하여 묶은 것. 지난달 12월 13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출판기념회 겸 북 콘서트도 열었다. 나도 기꺼이 달려가 그 훈훈한 감동의 자리에 함께했다.


그때 받은 책을 밑줄 그으며 읽었다. 비로소 나는 구점숙의 그 깊은 내공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겠다. 보통농민 구점숙은 온몸으로 사람을 섬기고 사랑하는 휴머니스트다. 사람이 사람을 분별없이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나는 이 책의 갈피갈피에서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저자는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고 말하는 걸까? 이 책은 아직도 호미 들고 쪼그리고 앉아서 밭고랑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하는 여성농민들의 고달픈 노동과 그로 인해 척추질환, 골반뼈 뒤틀림 등 갖은 병에 시달린다는 슬픈 이야기부터 풀어놓는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 애환 깊은 여성농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같이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세상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오히려 생명을 키우는 그 강한 힘으로 세상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농민들. 그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먹을거리가 만들어지고 사랑이 샘솟는다는 것. 막힌 곳은 돌아가고 없던 길은 만들어내고,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구점숙의 아름다운 여성농민 이야기.


이 책은 모두 6장 100꼭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성농민의 삶을 온전히 다루고 여성농민의 일상과 노동의 의미를 해석해서 기록한 책은 이게 처음이란다. 그만큼 의미 있고 소중한 책이다. 여성농민의 이야기지만 이 땅의 모든 남성농민이 먼저 읽어야 할 책. 아니,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도지사, 시장, 군수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하여 이 땅의 모든 농정관련 공무원들과 농협 관계자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감동은 1월 10일(금) 저녁 6시 30분 남해여성인력센터 3층에서 열리는 구점숙의 북 콘서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 이 칼럼은 2019년 12월 30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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