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겨울 바다가 보이는 논밭에 있을 때
서리가 내리고 눈이 오고 살얼음이 얼 때
저 바다 건너 몰아 오는 찬바람 모질게 맞아도
온 몸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초록 잎새들
한 줄기 햇살의 온기로
땅밑의 뿌리에도 더 힘이 들어간다
한 겨울이 끝나 갈 무렵
추위와 가뭄이 여러 번 왔다 가서
녹색의 잎이 조금씩 노랗게 말라가도
땅속의 뿌리는 아직도 뜨겁다
그래도 한낮 따스한 햇살로 곱은 손 녹아 오면
아낙네들 칼 끝에 싹둑 잘려 나와서
소쿠리로 비닐포대로 담겨 나갈 때
바람을 견디어 낸 흔적은 남아
몸 비비며 남은 열기로 입김이 서린다
이제는 그 누구의 반찬거리로 다가가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양념을 묻혀 밥상에 올라
씹을수록 입 안 가득 단맛이 나는,
노란 속살 한 가닥씩 초록 잎새에 안고
아, 땅 속 남은 한 겨울 햇살의 추억을 건져 올린
붉은 뿌리들,
그 너머로 봄날이 온다
빈 논밭둑 마른 풀잎사이로 쑥 머리 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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