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 할 것 같다"
상태바
"우리는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 할 것 같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1.02 11:09
  • 호수 6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 노영식 부군수를 보내며
한 관 호
한 관 호

"그런 부군수는 없었습니다."


노영식 남해부군수가 경남도청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에 남해시대 한중봉 편집국장이 그를 상찬한 말이다. 


부 자치단체장은 도에서 내려 보낸다. 지역에 머무는 기간은 통상 1년이다. 대부분 정년퇴직도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공직생활이 수 십 년이라 행정에 통달했다.


하지만, 행정의 중요한 최종 결정권은 군민이 뽑은 군수에게 있어 부군수가 단체장을 앞서거나 월권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부 단체장을 일컫는 속설이 있다. 부시장·부군수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별일 없이 잘 지내다 가게 돼 고맙습니다" 는 이임사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머무는 동안 큰 사건·사고나 구설수 없이 무난히 잘 지내다가 원대복귀 하게 돼 감사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군민들은 부군수의 역할이 무엇이며 그 비중은 얼마만한지 등 그 존재감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부군수 얼굴을 아는 군민도 흔치않다.


헌데, 노 부군수는 좀 달랐던 모양이다.


남해군청 아무개 계장이 들려준 일화다.


남해군 현안을 들고 부군수와 경남도청에 갔다. 도청에서 현안을 담당하는 실무자는 6급, 4급인 부군수가 그 실무자에게 직접 남해군 현안의 중대성을 세세히 설명하며 도와달라고 부탁하더란다. 보통은 자신과 직급이 같은 과장급을 만나거나 윗선인 국장을 찾아가 읍소를 한다. 헌데, 나이도 적은 하급자에게 직접, 그리고 매우 정중하게 최선을 다해 남해 현안을 해결하려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이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노 부군수는 관가 민의 소통을 매우 중시했다. 농어민, 중소상인은 물론 소속이 다른 기관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오지랖 넓게 만남을 가졌다. 특히, 남해로 살러 온 이들에게까지 관심이 각별했다.   


삼동면 지족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아가 책을 사고 읍 청년창업 거리, 돌 창고, 상주면 두모 마을에 온 젊은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내산에 있는 바람흔적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 남해가 좋아 노후를 보내러 온 분 등 등 두루두루 다리품을 팔며 남해살이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살폈다. 


이러는 그에게 한 공무원이 "만나보면 무엇을 해달라는 민원이 많아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면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에서 무엇을 해주고 못해주고는 부차적이다. 군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남해군 행정 신뢰는 거기에서부터 싹 튼다"고 대답했다. 그의 행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전도서관 한 직원은 그를 "공무원 같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나누며 격의 없이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업무상으로는 그럴 수 없이 치밀하고 적확했다고 한다. 나아가, 공무원에게는 필수인 행정 분야는 물론이고 역사, 철학, 문학, 문화, 예술, 인문학 등 폭넓은 지식에 감탄했다고 한다. 


남해가 좋아 1년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떠나야 함을 내내 아쉬워하던 노영식 부군수.


보물섬 고샅 고샅에 드리워진 그의 발자국이 넓고 깊다. 우리는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