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내 고향, 잘 가꾸고 보존하며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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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내 고향, 잘 가꾸고 보존하며 살 겁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1.09 14:29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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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은모래해변 지킴이로 거듭난 상주 이화원 김용배 사장
매일 상주 해안가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김용배 씨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민이 제보했다.
매일 상주 해안가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김용배 씨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민이 제보했다.

이 남자가 고향을 사랑하는 법

 "요즘은 은모래해변이 많이 깨끗해져서 하루에 한 번 나가요. 북풍이 불어 조류가 밀려오는 때가 아니라서 쓰레기도 많지 않아요."


 한바탕 뜨거웠던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남해의 해변들은 잔잔한 일상을 되찾은 지 오래다. 상주 은모래해변도 그렇다. 산책하는 이들 외에 사람이 거의 없는 평일 아침저녁에는 해변의 터줏대감 물새 떼만 무리지어 날아오르고 내려앉는다.


 하지만 지난해 초가을만 해도 해변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쓰레기와 오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한날 청소와 정화작업을 했지만 잦은 태풍으로 쓰레기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해변에서 조용히 쓰레기를 줍는 누군가가 꼭 있다. 이들이 있어 남해 해안가가 조금이라도 더 깨끗해진다. 그리고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그중 한 분을 소개한다. 한두 번 하다 말면 그런가보다 할 텐데 매일 수차례씩 해변 쓰레기를 보이는 대로 주워 올리는 그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웃 주민이 본지에 제보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상주면 금전마을의 김용배(55) 씨다. 그는 중식당 이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해변 쓰레기 치우기

 "작년 8월말부터 상주에서 유행한 맨발걷기를 시작했어요. 걷다 보면 은모래해변에 유리조각이며 쓰레기가 많이 쓸려오고 묻혀 있더군요. 그래서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주웠지요." 그는 아침에 그날 쓸 식재료 준비를 끝낸 뒤에, 점심시간 지난 3시 이후에, 그리고 저녁장사를 끝낸 뒤에 나가 아내와 함께 해변을 맨발로 걷는다. 비오거나 저녁에 지인들 찾아오는 날 빼고는 얼마 전까지 매일 나갔다고 한다.


 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주민들도 같이 줍고, 무거운 건 같이 들어 나르기도 하고 응원도 해줘서 고마웠단다. "한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어린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쓰레기 줍기 봉사를 왔는데 반가웠어요. 자장면을 대접했는데 극구 사양하고 돈을 내고 가시더군요. 이런 분들이 늘어나면 깨끗해져서 상주 찾는 이들이 많아질 거고, 마을이 살아날 겁니다." 그의 소신 담긴 말이다.

아내 정은숙 씨와 함께 중식당 이화원을 운영하며 단란하게 살고 있는 김용배 씨.
아내 정은숙 씨와 함께 중식당 이화원을 운영하며 단란하게 살고 있는 김용배 씨.

소나무 숲 화재 예방

 또 하나 그가 지키려는 것이 있다. 바로 은모래 해안가 앞을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있는 수백 년 된 소나무숲이다. 이 숲 옆에 캠핑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과도하게 장작과 솔가지를 태워 불을 피운다고. 바람 부는 날 불똥이라도 튀어 나무에 옮겨 붙으면 어릴 적부터 뛰어놀던 울창한 송림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될 수도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한 번은 그렇게 불을 피우고 있는 캠프장 이용객에게 불을 꺼달라고 말했더니 돈을 냈고 불을 피워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는 답변만 돌아와 몹시 안타까웠다고. 순간의 실수로 화재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거냐고 그는 말한다. "캠핑장 규칙만 잘 세우고 지켜도 이런 일은 안 생깁니다. 돈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환경을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오래 번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그는 이 문제로 고심하다 상주면 번영회를 찾아 의논했고 작년 10월경 번영회에서는 송림과 캠핑장 사이사이 세 군데에 소화기를 두 대씩 비치했다.

대형 간판 철거

 아쉬운 대로 방지책을 세우고 나니 이번에는 송림과 해안가 주변 여기저기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녹슨 철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단다. 아름다운 상주해변의 경관을 해치는 이 간판들을 하루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오래된 촌집은 정감이라도 있죠. 이런 간판들은 해안가가 아닌 상가 주변에 과시적이지 않게 설치해도 충분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시기를 부산에서 살았다. 연로하신 어머니 거동도 불편해지고 태어난 집도 곧 팔릴 거라는 소식에 일단 지키려고 내려왔단다. 이곳에서 살려고 마음먹고 중국요리도 시작했다. 중국요리를 원래 했던 게 아니라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이제는 몸에 다 익어 편해지고 행복합니다. 동네 주민들과도 서로 몰랐을 때는 문화적 차이로 힘들었지만 많이 친해졌어요. 내려온 지 만 4년 되니 이제는 이곳 주민으로 인정받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의 식당 중식메뉴는 여느 집과는 맛이 좀 다르다. 매콤한 맛의 자장면과 짬뽕, 찹쌀 반죽의 바삭하고 쫀득한 꿔바로우 탕수육은 맛이 일품이다. `남해일주닭`이라는 중국식 닭찜도 새로 개발했다.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한 메뉴들이란다.   


 김용배 씨는 아내 정은숙(49) 씨와 둘이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이웃과 어울려 번잡하지 않게 사는 게 딱 좋다고 말한다. "아내와 아름다운 고향에서 평생 살 겁니다. 그러려면 내 고향을 잘 가꾸고 보존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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