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과 세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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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과 세뱃돈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1.31 17:29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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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린 시절 설날은 두어 달 전부터 기다려지는 최대의 명절이었다. 한 살 더 먹어 어른이 되어가는 기쁨보다 세뱃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혹시 운이 좋으면 때때옷이라 불리는 새 옷을 입고 찾아오는 사촌과 어른들에게 한껏 멋을 부리고 며칠간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몇 주 전부터 손을 꼽아가며 기다렸다.
항상 겨울방학 끝자락에 맞이한 구정이 지나면 학교는 누가 세뱃돈을 얼마나 받았다더라. 누군 무슨 옷을 사 입었더라 등으로 며칠은 시끌벅적했다. 그중 가장 부러운 친구는 원양어선을 타는 삼촌이 있거나 도시에 잘사는 친인척이 있어 진기한 장난감이나 많은 세뱃돈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친구였는데, 왜 우리 집엔 그런 삼촌이 없는지 원망이 들곤 했다.
그 시절 가장 많이 했던 상상이 어른이 되면 성공해서 조카나 자식들에게 많은 용돈과 장난감으로 인기를 누리리라는 다짐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먹는 것도 넉넉하지 못했지만 설날만큼은 모든 가정이 몇 주 전부터 장을 보며 넉넉하기 위해 노력했다.
양력의 발달로 음력이 쇠퇴해 설 중요성도 줄어든 느낌이다. 우리 민족은 동지에 팥죽을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표현하고, 설날이 되면 떡국을 먹으며 한 살 늘어감을 이중으로 확인하며 나이 들어가는 것을 매우 중히 여긴다. 이러다 보니 나이 많은 것이 계급인 듯 느껴지는 순간들을 살아가며 많이 만나게 된다. 서양인의 경우 친구를 사귐에 있어 나이보다는 비슷한 사고방식이거나 인품에 반하거나 성격이 닮아 우정을 키우는 반면 우리는 같은 나이만이 친구의 충족요건이 되곤 한다.
선조들이 한 해가 바뀌고 나이 들어감을 강조한 것은 늘어가는 나이만큼 갖추어야 하는 인품과 덕망 때문일 것이다. 한해가 바뀌어 떡국을 먹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늘어난 나이만큼 몸의 쇠퇴와 늙어감을 한탄하기 전에 나이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을 갖추고 있는지 혹시 나이를 계급으로 누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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