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암행어사는 `소극행정`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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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암행어사는 `소극행정`도 잡는다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기자
  • 승인 2020.02.13 11:16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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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감사관실 정수효(고현 도마) 복무감찰팀장

 백성의 고혈을 짜낸 탐관오리 잔칫상을 걷어차며 품속에서 마패를 꺼내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쳤던 암행어사. 민초들의 고단한 삶에 희망을 주던 암행어사란 존재는 영웅과 같았다. 암행어사는 관료사회에서 존재하는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찰업무를 진행했다. 현대판 암행어사를 자처하는 부서가 바로 행정안전부 감사관실이다.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암행어사처럼 전국을 누비는 정수효 행정안전부 복무감찰팀장을 만났다. 현대판 암행어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고현 도마 출신인 정수효(50) 향우는 6년 전 사무관으로 진급하면서부터 감사관실에서 근무중이다. 인사감사팀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복무감찰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강사 교육을 받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청렴강의도 진행하는 그에게 이 직책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공직자 비위와 보조금 횡령, 복무준수를 감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정수효 팀장은 "어찌보면 좋은 일은 아니다. 같은 공직자로서 동료를 감시하고 나쁜 점을 찾아내야 하는 일이니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가 건강해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몇몇 비리를 저지르는 공무원들 때문에 전체 선량한 공무원들이 욕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위 공무원을 만나면 정의감이 생기기도 한다. 암행어사와 가장 비슷한 일을 하는 직책이다. 하지만 예전 암행어사처럼 단순히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위한 제도 개선책도 제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컨설팅 감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제도가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공직자는 이런 경우 제도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일까지는 안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감사를 통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전형적인 복지부동식 업무처리라고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다. 이럴 때 공무원이 컨설팅 감사를 신청할 수 있다."

 즉 컨설팅 감사는 미리 감사를 신청해 행정업무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확인받고 난 후 시행할 경우 고의적인 과실만 없으면 적극행정으로 처벌이 면책될 수 있는 제도다. "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행정의 영역은 한없이 축소된다. 요즘 감사의 모토는 적극행정이다. 컨설팅 감사를 잘 활용하면 시민과 기업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

 정 팀장이 직접 이런 제도 혁신을 이룬 사례도 있다. "장애인 등록증을 해당 동사무소에서만 발급하던 제도를 전국 어디서나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는 정 팀장.

 도마초등학교와 남해중학교를 거쳐 서울시립대학에 입학한 정 팀장은 재경남해학우회(대학생 모임) 회장도 역임할 정도로 고향 사랑이 남달랐다.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 중 고현면향우회 축구대표선수로 출전해 무릎부상을 입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향우회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지금은 남해출신 공직자 모임인 `남공회` 총무를 맡아보고 있다.

 고향 사랑이 남다른 정 팀장은 지자체 감사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정책들을 만날 때마다 고향을 생각한다. 가장 눈여겨 본 제도가 전라도에서 시행중인 `전라도에서 한달살아보기 지원사업`이었다.

 "직접 살아봐야 그 곳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된다. 남해군의 인구감소는 존립의 문제로 부각되는 요즘 남해를 홍보하기 위해서 외지인들에게 남해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건 어떨까?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정수효 팀장. 그가 언제 어디서나 생각하는 고향에는 농지개량조합장을 지낸 아버지 정석희(87)씨와 누나 부부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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