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자조금, 생산자를 정책대상에서 주체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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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자조금, 생산자를 정책대상에서 주체로 전환한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2.13 11:20
  • 호수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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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 문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정책위원장마늘양파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 실무위원
이 태 문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마늘양파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
실무위원

 요즘 농민들 사이에서 마늘 의무자조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읍면별 의무자조금 설명회가 연기된 만큼 남해시대신문 지면을 통해 이를 알리고자 한다. 

 마늘의무자조금을 한 줄로 말하면, 마늘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자 스스로 매년 돈을 300원을 내겠다고 동의하면 처음 3년간은 정부에서 매년 700원을 내어 총 1000원의 돈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생산자 스스로 유통의 혁신과 수급조절, 그리고 소비촉진홍보 등을 통해 마늘의 생산비를 보장받자는 제도이다.

 그럼 의무자조금 추진 과정을 알아보자. 모두가 알듯이 지난해 마늘값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마늘농가의 민심은 흉흉했고, 급기야 마늘생산자 스스로 마늘산업을 지키기 위해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이하 마늘생산자협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정부대로 적은 않은 돈을 투여했음에도 폭락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국무회의자리에서 대통령이 농식품부 장관을 콕 집어 "마늘과 양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5일로 기억된다. 마늘과 양파폭락의 대책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된 대통령직속의 농어촌특별위원회의 한 부속회의에서 마늘과 양파의 의무자조금 이야기가 처음 제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의 진단은 `지금까지 생산자인 농민이 정부의 수급조절정책에서 빠져 대상화되었기`에 기존 정부의 수급조절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봤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의 농정은 전국의 모든 생산자를 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고, 생산자가 참여하고 중심이 되는 형태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신선했다. 우리 농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한 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 마늘생산자협회와 농식품부, 농협이 중심이 된 마늘임의자조금단체인 한국마늘산업연합회는 3자 협의를 진행했다. 마늘생산자협회는 우려되는 4가지 주요사안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합의하면서 10월 24일 마늘양파의무자 조금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합의된 4가지는 △정부는 기존의 채소생산안정제사업등 마늘, 양파 산업을 지켜나가는 사업을 계속 유지 강화한다 △내부수급조절은 수입물량의 수급조절과 연계되어있어 수입물량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농협 등을 통한 50% 이상 계약재배 확대로 유통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의무자조금이 생산자의 중심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다.

 마늘양파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초 시군담당자 교육과 주산지 시군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무자조금준비에 들어갔다. 2018년 농업경영체등록 기준으로 약 4만명의 생산자가 동의하면 마늘의무자조금이 출범할 수 있다. 원래 계획은 2월말까지였지만, 아마 늦어도 3월까지는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될 듯하다.

 마늘의무자조금이 작동하는 올해 가을파종기부터는 2018년부터 개정된 법에 의하여 마늘재배면적신고가 의무화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재배면적 신고가 정착되면 파종기부터 정부의 채소가격안정자금과 연동하여 사전에 면적조절정책 등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일유통조직 지정이나 수확기 유통명령 등을 통하여 생산자의 시장가격 교섭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늘의무자조금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생산농가의 입장에서는 마늘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비빌 언덕이 하나 더 생겨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마늘가격도 심상치 않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예년과 다르게 1월 2일부터 생산자가 참여하는 수급점검회의를 매달 진행한다는 것이다. 생산자가 참여하고 중심이 되는 농정은 우리 생산자가 주인의식을 더 가질 때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늘생산농가 스스로 마늘생산자협회와 의무자조금에 가입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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