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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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수난시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2.20 15:08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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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청년들이 겪는 고민의 주된 원인으로 혹독한 취업 한파를 꼽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취업 시장을 뒤덮은 냉랭한 기류 탓에,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진출해도 그간 갈고 닦은 지식을 펼칠 변변한 공간이 없다. 거듭거듭 취업의 문을 두드려 보건만 기업으로부터 면접한다는 연락조차 없고, 평범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부족한 터에 전공을 살린 일자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매몰찬 사회에 일말의 배신감이나 실망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오늘날 대학은 상아탑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상실한 채 공무원 양성소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입학과 동시에 너나없이 `공시족`을 자처하며, 취업에 유리하리라는 판단 아래 졸업까지 유예하는 세태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항간엔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대기업·공기업만 선호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취업 선호도의 이면에 가려진 청년들의 불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불건전한 재무구조 등의 취약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바람은 특별할 게 없다. 기업 규모와는 상관없이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에 상응한 보상을 기대할 따름이다. 업무는 과중한데 임금과 복지 수준이 턱없이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면 입사한 직후라도 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성적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최근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고스펙 취업준비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이전과 달리, 입사 후 이직률이 높다는 이유로 고스펙 지원자의 선발을 꺼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지원자 중에는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의도적으로 스펙을 축소하고 하향지원하기도 한다. 이른바 `스펙 디스카운트` 현상이다. 

 실의에 빠진 청년들을 설상가상 분노케 하는 사회적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년 세대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정치지도자나 사회 지도층의 일탈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군림하면서 잡다한 추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그 비리 백태를 살펴보면, 철밥통 사수에 능하고 세금 포탈에 일가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불공정·부조리·부도덕·편법 행위를 자행한다. 사회 일각에는 욕망하던 권력과 부와 명예를 쟁취한 이들을 출세자라 평가하는 시각도 분명 존재하리라 본다. 그렇더라도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즉 청년들의 `큰 바위 얼굴`이 되기에는 부적격하다. 

 원칙과 공정이 무너진 사회에 청년들은 좌절한다. 자신들의 불투명한 미래만큼이나 이 사회의 얼룩진 민낯에 절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법의 권위는 퇴색했고 도덕은 추락했다. 여북하면 강남의 모 클럽에 모인 한 무리의 연예인들이 나랏법과 공권력을 조롱하는 세상이다. 

 차세대 주역인 청년들이 표류하고 있다. 그들에게 미래가 없다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청년 실업 문제는 혼인율과 출산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출산 정책에 헛돈을 쏟아붓는 대신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는 데 청년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청년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장년층의 고용률이 증가한 것을 두고 자화자찬할 때는 아닌 듯하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꿈과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늘 그래왔듯, 현재의 시련을 극복함에 있어 희망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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