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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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의 왕국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2.20 15:12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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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건국 이래 겪어온 많은 위기는 윤리와 도덕의 붕괴 때문임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웠다. 인간의 속성인지 모르지만, 가정이든 국가든 고난을 극복하고 살 만해지면 향락과 사치를 좇아 스스로 자멸하는 우를 범해왔다. 왕이 타락하고 신하가 부패하고 백성이 무지하면 항상 전쟁을 불러들이거나 내전을 자초해 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었고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았다. 이러다 보니 한 가정의 명성은 3대를 넘지 못했고 국가의 흥망성쇠는 500년을 넘기는 예가 드물었다. 

 많은 역사가들은 인류의 역사가 끝없는 반복이라 말하고, 이 말에 이견을 다는 이도 사실 없다. 36년간 굴욕의 식민 지배를 받다 벗어난 지 아직 100년도 안 된 지금, 우리의 도덕심과 윤리의식이 지난 구한말 위기의 선조들보다 못하다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일까? 

 높은 학구열은 대한민국을 문맹률 제로에 가까운 나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우리가 경쟁하듯 고등교육을 받아 세계 최고의 엘리트 국가가 되었지만, 뜨겁게 달궈진 머리는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쓰이고, 도덕이 없는 가슴은 차갑게 식어 더불어 살아가기에는 배려와 이해가 모자라 보인다. 

 올바른 교육은 사람의 기본도리를 배우는 것임을 잊어버린 시대의 우리는 끝없는 기술적 학습에만 치우쳐 도덕적 문제마저 법에 의존하고 삶의 도리를 상식이 아닌 법에 비추어봄으로써 더욱 황량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깨져버린 인간애를 법으로 유지하려니 끝없는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정책마저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기본 민생법 위반에 한때는 고소인에게 상금을 주는 등 고발의 왕국이라 일컬어도 모자람이 없다. 아무리 급해도 곪은 상처에 녹슨 칼을 대어 본질보다 큰 위험을 주어서는 안 되듯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미해져 가는 윤리와 도덕에 관한 공부만이 안전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길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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