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 나의 삶 28
황혼이 물드는 겨울바다는
안주 없이 독주를
그냥 마실 수 있어 좋다.
굴비 두름처럼 얽혀 있던
풀지 못한 삶의 매듭들
지는 해를 병에 담아
목이 아리도록 삼킨다.
파도치는 겨울바다는
지난날 상처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 좋다.
백사장 핥아주는 물결이
미움과 그리움 지우면
갯바위에 포효하는 파도가
아픔도 함께 부숴 버린다.
바람이 맑은 겨울바다는
수평선 넘어
일렁이는 봄이 있어 좋다.
해는 다시 바다에서 떠오르고
바람 불고 파도 높아도
싱싱한 고기들의 밀어는
미역 숲의 봄날을 기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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