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방사 소풍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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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사 소풍 가는 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13 15:12
  • 호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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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귀시인
이 진 귀
시인

1960년 고현면 대곡리 출신. 도마초등학교, 남해중학교, 부산기계공고, 한양대학교 졸업.  2019년 계간 에세이문예 겨울호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삼양사, ㈜휴비스를 거쳐 현재 ㈜경연전람 중국시장본부장으로 근무 중.


도마초등학교를 출발해 내 사는 대곡 마을 지나 돌아
흙먼지 나는 신작로 자갈길 걸어  
저수지 옆 비탈길 따라 올라 서면 구름발치 갈매빛 골짜기,  
고요한 물가 갯버들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두둥실 구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대계마을 친구 병주, 영규, 중호가 살고
또 다시 쉬엄쉬엄 올라가면
졸졸 계곡물 따라 피라미, 송사리, 가재가 논다
두툼한 보자기 도시락 속에는 어머니가 애써 싸준 고구마가 점심으로 담겨 있다.
 
절 밑 길가에는 한 보따리 과자며 풍선 같은 놀이개와 
엿판이 펼쳐져 있고 
키가 큰 울창한 나무 그늘에 
땀을 닦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생님은 다 왔으니 어서 가잔다
`저기 화방사 벚꽃 구경도 해야지`
망운산 깊은 곳에서만 솟아나는 시원한 약수 한잔 들이키며
`어디 가 봐라 이만큼 좋은 데 있나`라고 연신 말씀하며 쓰윽 절을 둘러보았다.
선생님 말씀 옆으로 채진루에 매달린 목어가 바람에 흔들린다.
자 이제 다 보았으니 내려가자`
절 사방에 볼 게 많은데, 
불 꺼진 옥종자 옛 흔적 말이 없는데    
아직도 보광전 부처님 얼굴도 제대로 못 보았는데
어머니 따라 와 절 올리던 불상 그 앞의 떡이며 과일이며,
고픈 뱃속 추억처럼 아른거리는데
선생님은 말씀한다
`저 아래 가다가 점심 먹고 내려가자, 도시락 다 싸 왔지?`
길가 산닥나무 수풀 가장자리 바위에 걸터앉아 
절 구경하고 먹는 점심 한끼, 속이 누런 고구마는 풍성한 공양이다. 
 
이끼 낀 부도가 잘 보이는 곳에서 
스님이 화두로 하신 말씀,
`벚꽃이 시들면 봄이 가고, 벚꽂은 가도 마음에 살아 남는다. 
내년에 벚꽃이 피면 또 오너라`
보자기 도시락이 가벼워진 오늘 봄 소풍에   
자갈길 터벅터벅 흙먼지 일으키며 벚꽃 저멀리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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