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가적 재난을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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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가적 재난을 기회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13 15:29
  • 호수 6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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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단숨에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하며 `독`을 뜻한다. 지구 생명체의 엄연한 일원으로서 인류 역사보다 더 유구한 시간 속에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한 만큼 결코 쉽게 도태되지 않으리라 본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으로 미루어, `대유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에서는 중국 국적의 여성이 우한에서 입국한 이튿날인 1월 20일 양성 판정을 받고 첫 확진자가 되었다. 확산 초기에 반짝 주춤세가 보이자 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머지않아 종식될 거라며 정부가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낙관론은 퇴색하고 말았다.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확진자가 폭증한 때문이다. 한국을 `고위험 국가`로 분류하고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한 나라는 3월 2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총 82개국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수준급의 진단 검사 능력을 바탕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감염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사실을 은폐하며 보안 유지에 급급한 중국이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 감염자 수를 통제한다는 의혹을 받는 일본과는 차별화된 대응이다. 
 하지만 사태의 조속한 종식을 방해하는 반작용이 잇따르는 상황은 몹시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가공할 만한 전파력이다. 일면식도 없는 확진자와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확진자와 잠시 마주친 것만으로 감염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감염 경로를 모르거나 감염 증상이 없는 경우, 완치되어 퇴원한 뒤 재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자가 격리 중인 확진자가 이동 제한 수칙을 어긴 경우에는 2차·3차 감염을 촉발할 위험성이 높다. 방역 체계에 허점이 없도록 심층 역학조사와 환자 관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다수는 주지하다시피 신천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물론 불특정 다수를 매개로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누구나 피해자가 될 개연성은 있다. 다만 해당 종교는 그간 왜곡된 성경 해석으로 신도들을 미혹시키고 비상식적 전교 방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다 이번에 다시 국가적 재난의 진원지가 됨으로써 비난과 질시를 자초했다. 그럼에도 총회장은 `특별 편지`에서 `마귀 짓` 운운하며 책임 면피에 급급했다. 본인이 그토록 능력자라면 최소한 자신을 추종하는 신도들만이라도 마수로부터 보호했어야 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책임 공방은 뒤로 미루고 사태 수습과 확산 방지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종교계도 의기투합하여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천주교는 1784년 명례방(현재 명동성당 근처)에서 첫 집회를 열어 신앙공동체를 태동시킨 지 236년 만에 미사를 중단했고 원불교는 창립 이후 104년 만에 법회를 중단했으며 불교계는 법회를 취소하고 산사를 폐쇄했다. 개신교회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최일선 현장에서 방역작업을 펼치는 방역업체 직원들과 군인들, 선별진료소와 병원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 자원해서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를 깎아 주는 건물주들,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무급 근무를 자처한 직원들, 질서를 유지한 채 마스크 구입 행렬에 나선 시민들, 이런 미담마저 없다면 요즘처럼 암울한 하루하루를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소동파의 부친이자 당송8대가의 한 사람인 소순은 `憂在內者本也 憂在外者末也`라 했다. 안에 있는 우환이 근본적이면 밖에 있는 우환은 지엽적이다. 코로나19가 외부의 우환이라면, 그로 인해 생긴 불안은 내면의 우환이다.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두려움과 공포인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가 우리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총체적 역량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이번 참사를 통해 필히 전화위복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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