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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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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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초원에 굳건한 왕좌의 자리를 지키며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사자 한 무리가 있었다. 초목은 풍성하고 마르지 않는 강이 흘러 동물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 초식동물에게는 항상 생명을 위협하는 사자무리가 있었지만, 하이에나와 주변 적들을 막아주며 필요한 만큼만 사냥했으므로 오히려 생존하는 데 월등히 유리해 더욱 많은 동물이 모여들었다. 

 평화로운 어느 날 사자무리에게 새 식구가 생겼다. 귀여운 새끼사자는 무리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시간이 흐르자 새끼사자는 어엿한 어른 사자로 성장했고 무리로부터 사냥과 맹수로서의 삶을 배워나갔다. 

 배가 고프면 사냥하고 영역을 침범하는 맹수들을 쫓아내고 남는 시간엔 그늘에 누워 휴식했다. 일과 중 어린 사자에게 가장 힘든 일은 사냥이었는데, 먹잇감의 뜀박질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홀로 사냥하기에는 힘이 부쳐 꼭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방법을 택했다. 굶주린 배를 채우려 한 번씩 사냥하는 것에 의아심을 가진 어린 사자는 왕이 되면 편하게 사냥하리라 마음먹고 방법 찾기에 몰두했다. 먹잇감의 속도 때문에 사냥이 힘들다 느낀 사자는 왕이 되면 배고플 때 외에도 매일 사냥을 해 먹이를 보충해 두리라 다짐했다. 

 세월이 흘러 왕이 된 사자는 무리를 이끌게 됐다. 사냥에 나가 진두지휘하며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잡아두고 먹으려 했는데 다음날 잡아둔 먹잇감이 상해버려 부질없음을 느끼고 전략을 수정했다. 눈에 띄는 먹잇감을 잡아 다리를 물어 절뚝이게 해 다음 사냥이 편하게 했는데 계속된 상처 내기로 인해 주변 동물들이 모두 장애를 얻었고 결국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또 무자비한 사냥이 계속되자 많은 동물이 다른 서식지로 도망치는 바람에 결국 초원은 풀만 무성해지고 먹잇감은 사라져 사자무리도 살 수 없어 방랑 생활을 하게 됐다. 

 우리가 살아가며 바꾸는 많은 정책과 복지도 사자처럼 너무 앞서가다 보면 결국 우리의 자생력을 잃게 만드는 게 아닌지 살펴볼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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