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를 꿈꾸는 이들은 기회의 바다 남해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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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를 꿈꾸는 이들은 기회의 바다 남해로 오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3.16 12:06
  • 호수 6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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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어부체험·귀어홈스테이 운영자 김상우 선장
"귀어·귀촌인과 현지인 소통하는 공유센터 절실해"
어선 위에서 조업 중인 김상우 선장.
어선 위에서 조업 중인 김상우 선장.

 이동 원천마을에 사는 김상우 그레이스호 선장은 멀티형 어업인이다. 본업인 어업 외에도 남해어부체험사업을 10년째 해오고 있고 펜션 `빛과소금`을 부인 송정숙 씨와 함께 운영해왔다. 이에 더해 2018년부터는 남해군이 지원하는 귀어·귀촌 홈스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김상우 선장을 비롯해 3명의 사업자가 남해군 귀어·귀촌 홈스테이 사업 운영자로 선정됐다. 김상우 선장은 "남해를 찾아온 귀어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을 보면서 안타깝게 여기다가 2018년 군에서 귀어·귀촌홈스테이 운영자를 모집하는 걸 보고 도움이 되고 싶어 지원했다"며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9일 오후에도 김상우 선장은 사천과 양산에서 온 2명의 귀어 희망자와 함께 먼바다에 나가 통발조업을 하고 왔다. 김 선장은 "봄철 3~4월은 털게가 제철이다. 털게가 나오는지 짚어볼 겸 나가봤는데 물메기 때와 마찬가지로 통 잡히질 않는다. 확실히 지구온난화 영향인 듯싶다"고 심각하게 말한다.
 양산에서 온 체험자는 첫 출어 체험이다 보니 심한 뱃멀미로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홈스테이 11일차라는 사천 체험자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통발 치고 낚시 하는 재미만 알다가 실제 어업 과정을 겪어보니 무진장 힘들지만 실제 어촌생활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다"면서 "귀어인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산교육"이라며 홈스테이 신청을 적극 권장했다.
 
귀어인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교육
 귀어·귀촌 홈스테이는 남해군이 지정한 선도어가와 우수 귀어·귀촌가구가 귀어·귀촌 희망자에게 어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숙박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군은 1인당 연간 30일(가구당 1일 최대 2인까지 지원)까지 지원하고 이용자 부담은 1일 체험 2만원, 숙박 시 3만원이며 추가로 군에서 8만원을 운영자에게 지급한다. 단 귀어·귀촌 홈스테이를 신청하려면 먼저 귀어닥터 컨설팅과 귀어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김상우 선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귀어인들이 오는 것은 아니라며 "귀어·귀촌 홈스테이는 직장생활의 따분함, 안정된 노후, 자연이 주는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삶의 방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어 희망자들에게 어업부터 가공업, 양식업, 유통, 낚시선까지 귀어 희망자의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김상우 선장의 홈스테이 체험을 거친 이는 10명 정도이고 그중 정착한 사람은 2~3명 정도 된다고 한다. 홈스테이 체험자의 70~80%는 건강 등 여러 이유로 귀어를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셈이다. 이에 김상우 선장은 "단순히 어업만 고집해서는 정착하기 어렵다. 어부체험이나 낚시 등 어업과 관광·레저를 결합한 6차산업 형태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우 선장 본인이 귀어 희망자들에게 그런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내 경우도 위판 실적, 체험사업과 직거래, 펜션 운영 소득까지 합치면 그냥 어업만 할 때보다 100% 가까이 소득이 증대됐다"고 그는 말한다.
 

먼바다 출어에서 돌아온 귀어 홈스테이 체험자가 통발로 잡은 낙지와 물메기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먼바다 출어에서 돌아온 귀어 홈스테이 체험자가 통발로 잡은 낙지와 물메기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소통과 교류 위한 공유센터
 귀어 희망자들이 홈스테이를 해봤다고 해서 귀어를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을 조금 알았다고 그들이 계속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 뒤부터 더 많은 정보와 노하우, 지역과 사람,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귀어·귀촌인을 위한 공유센터 마련이 필요하다. 군 담당자도 전화상담이나 현장 실사를 통해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실패자들이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김상우 선장은 "남해 인구가 줄고 있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오랜데 수산업인구가 절벽으로 떨어졌을 때 귀어인구를 유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어업인구의 자연감소에 대비해 귀어·귀촌 인구 유입으로 완만하게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귀어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토착민들과의 갈등을 꼽는다. 그는 "우리 토착민들은 귀어인들이 어업질서를 무분별하게 망쳐놓는다고 귀어인 탓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그들을 공동체에 들이고 가르쳐주고 같이하지 않으면서 어업질서 파괴를 그들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한다.
 김상우 선장은 "행정도 그렇지만 이장, 어촌계장 등 마을 지도자들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토착민과 귀어인이 서로 이해하고 한데 어우러지는 공유공간(센터)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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