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홍현마을 `버스는 짐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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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홍현마을 `버스는 짐승` 이야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19 16:19
  • 호수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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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섬 마실이바구 3
제보자: 신연순 (여·79)제보한 설화목록: [`씨`자에 얽힌 내력], [씹 팔 할 공출], [새댁 김 굽기 필살기], [버스는 짐승]제보장소: 남면 홍현마을회관제보일시: 2019. 11. 8조사자: 도선자, 한관호
제보자: 신연순 (여·79)
제보한 설화목록: [`씨`자에 얽힌 내력], [씹 팔 할 공출], [새댁 김 굽기 필살기], [버스는 짐승]
제보장소: 남면 홍현마을회관
제보일시: 2019. 11. 8
조사자: 도선자, 한관호

구연상황과 이야기 내력
 홍현마을 이야기꾼 신연순이 네 번째 푼 이야기다. 이야기 소재가 버스라 아주 오래 된 이야기가 아니라 1960년대 무렵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줄거리

 나들이 갔다 어두워 집으로 걸어오는데 큰 짐승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쫓아와 기절을 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큰 짐승이 없어졌다. 알고 보니, 처음 본 버스와 버스 헤드라이터 불빛이었다.
 
 옛날에 문맹이 발달 안되고 옛날에는 차도 없었고, 차가 어쩌다 하나썩(씩) 있을 정도고 이런데. 시골에 들어 안자(앉아) 있으모 차구경은 못한다. 차구경도 못하는 할배가 인자 배낭을 짊어지고 짚신 신고 볼일이 있어 갔는데. 갔다 오다 보니까 걸어서 오니까, 저물어져서 어두버졌빈기라(어두워졌다). 어두버졌빈께 무서워하며 오는데 오다 보이까 크다 큰 짐승이 두 눈에다 불을 캐고 자기한테 막 쫓아오는 거예요. 쫓아오는 거 놀래가꼬 할배가 그마 넘어져 기절을 해삤어. 기절을 해가 얼마나 기절해 있다가 일나(일어나) 정신을 차려보니까, 자기는 그 짐승 땜에 놀래서 씨러졌다(쓰러졌다) 일(일어)났고 그 짐승도 그마 그 할배한테 놀래서 오데(어디) 달아나삐고 없고. 

 달나삐고(달아나 버리고) 엄서(없어) 깨본께(깨어나니). 두 눈에다 불을 캐고 자기를 잡아묵을 듯이 쫓아왔는데 자기가 졸도했다 일나(일어나) 보니까네 짐승도 가삐맀고 자기는 자기대로 벌벌 떨고 집에 왔다쿠는. 

 (조사자: 그게 무엇입니까?)
 그게 뭐시겠습니까? 해석을 해보이소.
 (조사자: 그게 궁금하네.)

남해시대 독자가 본지에 제공한 옛 남흥여객 차부 풍경 사진.
남해시대 독자가 본지에 제공한 옛 남흥여객 차부 풍경 사진.

 그럴 때게는(때는) 시골에 버스가, 차가 어쩌다 한 대씩 있었던 모양이라. 길로 오다 보니까네, 밤이 되니까, 헤드라이터 불을 캤다 아이가. 두 눈에다 불을 캐고 자기를 잡으러 쫓아오니까 자기는 그걸 보고 놀래, 차를 생전 처음 본 기라, 노인이. 차를 처음보고 놀래서 큰 짐승이 내를 잡아묵겠다 시퍼서 씨러져삣는데(쓰러졌버렸는데). 씨러졌다 깨본께(깨어나 보니) 자기는 자기대로 그 짐승한테 놀래서 씨러졌고 그 짐승은 자기 씨러진 걸 보고 놀래 달아나삔는 기라. 그리 인자, 이런 얘기 처음 듣제.

 (조사자: 살다 살다. 진짜 얘기 맞습니까?)
 진짜라. 옛날에는, 시골 노인들이 차 구경을 못했는데 밤이 되니까 어두바(어두워) 불로 켜고 큰 짐승이 두 눈에 불을 캐고 쫓아오는데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조사자: 맞는 얘기다. 참, 이야기 치곤 재밌다. 거짓말이면서 그럴 수도 있지.)
 그거는 거짓말이 아니고, 실제로 옛날에는 그리했답니다.
 
 (이 이야기는 남해문화원이 펴낸 구전설화집 [남해섬 마실이바구]에서 발췌·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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