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도 안 되는 실정, 현실적 지원방안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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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도 안 되는 실정, 현실적 지원방안 마련돼야"
  • 김태웅 기자
  • 승인 2020.03.30 11:48
  • 호수 6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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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재실 남해군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꾸준히 모색해 오고 있는 거창, 함양, 합천, 하동 등 7개 지역의 번호판 제작업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경남도청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꾸준히 모색해 오고 있는 거창, 함양, 합천, 하동 등 7개 지역의 번호판 제작업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경남도청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대전, 광주 등 전국의 자동차 번호판 제작업체들이 시설변경 투자 대비 적자폭이 큰 이유로 폐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주 군내 자동차 번호판 제작비용과 관련한 보도에 이어 이번 주에는 군내에서 25년간 자동차 번호판을 제작해 온 이재실 남해군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 대표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 기사는 당사자의 사진과 같이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인터뷰이가 사진촬영을 원치 않아 싣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독자분들의 양해를 바란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 차량 번호판 제작업을 시작했나 - 1995년부터 했으니까 25년이다. 1995년 당시 남해군의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기억으로는 스물대여섯 사람이 지원했고 심사에서 자격 조건이 갖춰진 사람 열두 명 정도가 추첨을 했는데 내가 선정이 됐다. 
 
군내 번호판 제작비용이 시 지역 보다 비싼 이유는 - 진주시와 남해군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자면, 진주시는 한 달 차량 번호판 등록 대수가 약 1000대 정도이고 남해군은 1년 등록 수가 680대다. 남해군의 1년 등록 차량이 진주시 1개월 등록 차량보다 적다. 그런데 번호판 제작 위탁업자는 전국의 등록 대수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을 완비해야 한다. 투자대비 금액을 산정한다고 보면 진주시는 1년이면 해결되지만 남해군은 기본운영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투자비는 한 번도 건진 적이 없다. 아니 건질 수가 없는 조건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번호판 제작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실제 이런 사정을 알고도 나처럼 업체를 운영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번호판 제작 의뢰가 줄고 나서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예전에는 배우자랑 같이 했는데 지금은 혼자하고 있다. 25년을 지킨 내 자존심이 이제는 그만두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숙련공으로서 25년은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은 전혀 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탁업이라는 수렁 속에 빠진 줄 알면서도 계속하는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25년간의 퇴직금 대신에 늙어도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이 퇴임을 하고 자신의 일을 찾을 때 나는 하던 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보상을 받는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지금은 나의 자존심으로 업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심정은 어떤가 - 이 업을 시작한 1995년 최초 시설비로 1억 2천만원 들었고 이후 5번의 번호판 변경이 있었다. 그 때마다 금형과 관련 기계 및 설비들의 보완이 있었으나 위탁업이라는 이유로 운영비나 적자 보전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투자된 금액을 뽑지도 못하고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냥 살만하니까`하는 생각으로 별수 없이 업체를 유지했다. 요즘에는 번호판 가격이 얼마든지 간에 행정에서 모든 수익을 다 가져가고, 나한테 한 사람분의 최저임금에 따른 최소한의 인건비만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자구책은 ^ 2019년 3월 경남의 군 지역 7곳(거창, 산청, 함양, 합천. 남해, 하동, 함양) 업체들과 3회 모임을 가졌고 함양을 제외한 6곳이 군민복지를 위하여 우리도 동참할테니 운영방식을 바꿔보자고 경남도청 담당과장과 팀장을 만나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도청 관계자들은 문제를 인정 하면서도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이었으며 도에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전국 업체가 동일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운영 메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질의했지만 그런 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만들 수도 없다고 하였다. 남해군에도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매번 행정이 이런 식이니까 나는 내 방식대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2020년 4월 1일부터 번호판 가격을 올릴까 하는 중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때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업체 운영 계획은 - 요즘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난 그런 기본 소득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십 수 년을 살아왔다. 남들은 살만하면서 그런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살만하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문제가 합리화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2020년 9월 전자방식이나 열처리 방식으로 번호판 제작 과정이 전면 개정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번호판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그때는 군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사업체 운영에 대한 산출내역과 과정을 오픈하기 위한 리플릿을 제작하고 마음을 전할까 한다.
 
현재 군내 유일한 번호판 제작업체가 폐업을 하게 된다면 - 첫 번째로 남해군이 직접 번호판을 제작할 경우 번호판 제작을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 같이 대지, 시설, 인건비 등에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타 시도에서 제작해 가져온다면 관련 공무원의 충원이 필요하고, 이때 군민들은 파손으로 제작을 하려면 개인적으로 번거롭게 직접 타 시도로 가야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위탁업자 공고가 있는데, 그건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 이미 우리가 25년 동안 적자를 안고 있는데, 그걸 또 군에서 위탁업자를 모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행정의 담당자가 바뀌면 어떤 사안에 대한 해석이 저마다 달라 위탁업자는 말 못할 애환이 많다. 가능하면 담당 공무원이 피해 받지 않도록 내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화를 참지 못하고 표출을 한 적이 있다. 차량 번호판 관련 담당 공무원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농산어촌 지역의 자동차 번호판 제작가격이 비싼 것은 농촌이 차별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번호판 제작 업체와 군민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부정책의 기조다. 현실에 맞는 지원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었으면 좋겠고, 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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