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서가(遊流書架), 유유체득(遺流體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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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서가(遊流書架), 유유체득(遺流體得)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30 12:10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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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기록이야기 18 │ 김연희 남해유배문학관 학예사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초비상이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왔지만 모든 것이 아직 잠들어 있고 멈춰 서 있는 느낌이다. 학교는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을 앞두고 있고, 봄 축제는 줄줄이 취소됐으며 문화 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남해유배문학관도 예외 없이 지난 22일부터 휴관에 들어갔고 언제쯤 문을 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작년 유배문학관에 근무를 시작하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점은 명색이 문학관으로 이름 붙여진 곳에 문학작품 한 편 느긋하게 읽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작년 말이 되어서 공간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공간을 만들고 이름 짓기에 고심을 많이 했다. 편하게 북카페로 부르면 되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유유서가(遊流書架)`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遊(놀 유)는 놀다, 여행하다, 사귀다, 자적하다 등 여러 뜻을 지니고 있다. 流(흐를 유)는 유형(流刑), 유배(流配)의 뜻을 담고 있다. 

 유유서가의 담긴 의미를 보면 ①유배문학관 서가를 여행한다 ②유배문학을 배우는(여행하는) 서가 ③유배문학관 서가의 친구 등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유유서가와 더불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유유체득(遺流體得)으로 이름 붙여진 공간도 마련하였다.

 `유유체득(遺流體得)`은 말 그대로 `유배문학을 몸소 체험하고 얻어 남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은 목판인쇄 체험만 할 수 있지만 한글소설 필사하기, 문학 스탬프 찍기 등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남해유배문학관은 닫혀 있지만 안에서는 분주히 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꽃을 심고, 유물장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수장고의 유물을 정리하고, 각종 시설물 정비가 한창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배문학관이 문을 열면 따뜻한 주말 오후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유배문학관 유유서가에서 유유자적하게 문학작품 한 편씩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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