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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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4.17 15:28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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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자 │ 화전도서관 돌봄교사
장벽너머 단 하나의 길알렉산드라 디아즈 글, 조수연 옮김, 봄개울
장벽너머
단 하나의 길
알렉산드라 디아즈 글, 조수연 옮김, 봄개울

 "4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여행은 고향보다 더 부패하고, 더 폭력적인 갱이 설치는 곳을 지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장벽 너머 그 길만이 우리에게 남은 단 하나의 길이다!"

 저자 알렉산드라 디아즈는 쿠바 난민으로 태어나 미국 뉴멕시코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들과 십대를 위한 창의적인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친구가 자신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라며 내게 보내 준 것으로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푸라 벨프레상(PURA BELPRE HONOR BOOK) 수상작이고, 미국도서관 선정 주목할 만한 도서(ALA NOTABLE BOOK)에 선정된 책이다.

 해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중앙아메리카 사람들이 멕시코와 미국을 가로지르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으로의 밀입국이 가장 활발했던 나라는 멕시코지만, 현재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앙아메리카 북쪽의 세 나라 이주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요즘은 보호자 없이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의 나홀로 밀입국도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 글의 문장에서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여행`이란 글을 빼면 우리 한반도 북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너무 비슷한 상황이다.

 가난하지만 친척들이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 과테말라의 작은 마을.

최 금 자화전도서관 돌봄교사
최 금 자
화전도서관 돌봄교사

 어느 날 하이메 리베라의 사촌 미구엘이 지역 갱단인 알파스 무리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거절하자 대낮에 갱 무리에게 폭행당해 생명을 잃었다. 가족들의 깊은 슬픔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갱단이 미구엘 대신 하이메와 누나 안헬라를 조직에 들어오라고 협박한 것이다. 갱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무리와 어울려 불법행위에 가담할 것이고, 거절한다면 미구엘처럼 죽임을 당할 것이다. 

 "폭력적인 갱에 맞선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렇다, 죽었다! 미구엘처럼."(본문 p. 13) 가족들은 의논 끝에 12살 하이메와 안헬라를 갱 조직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이 둘을 미국에 있는 하이메의 형 토마스에게 보내기로 한다. 

 하이메와 안헬라는 생존을 위해 고향 과테말라를 떠나 멕시코를 지나는 동안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4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여행길에서 생사를 가르는 갖가지 위험을 겪으며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양심과 도덕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의 가치와 행복은 지켜지지 않기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또는 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고 있다.

 장벽 너머 그 길만이 그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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