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라는 꽃과 독자라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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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라는 꽃과 독자라는 나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4.20 11:37
  • 호수 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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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칼럼 │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장이 시사하듯 `무관의 제왕`으로도 호칭되는 언론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기레기`란 신조어가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도 마다않는 `황색 저널리즘`을 향한 독자의 분노와 질책은 정당하다. 그렇다 해도 원색적인 조롱은 우려스럽다.
언론의 가치란 부적격한 언론인 몇몇에 의해 훼손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윤리 강령을 스스로 저버린 소수 때문에 언론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에 위임된 사명과 책무의 중차대함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언론이 올바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와 같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낫다`는 신념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알 권리가 차단된 삶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거듭 강조하건대, 언론 매체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한다. 주요 언론 매체 가운데 한 갈래가 바로 신문이다. 따라서 신문은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의적 해석을 자제하고, 객관적이고도 논리적이며 간결한 문장과 언어로써 사실적 진실의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
애환 없는 직업이 있을까마는 언론인 역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에 속한다. 취재 기자는 때로 신변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사건사고에 관한 제보라면 언제든 환영하지만 엉터리 제보에는 진이 빠진다. 기사를 취합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데드라인에 쫓긴 나머지 스트레스가 폭증하는 일이 흔하다.
그동안 신문 제작 공정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예전에 납활자를 일일이 꿰맞춰 인쇄판을 짜던 방식과 지금의 `CTS(컴퓨터 사식 조판 시스템)`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도 여럿 개발되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정정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단어 용례나 비문(非文) 등의 오류를 바로잡는 기능은 아직 미흡하다.
각설하고, 필자가 언론에 애착하게 된 배경에는 유년부터 신문과 함께한 이력 외에 조금 각별한 인연이 있다. 한창 피 끓던 `문청(文靑)` 시절, 국내 최대 신문사 편집국 모 부장과는 나이를 초월해 `지음(知音)`이 되었다. 글로써 맺은 인연이 무색치 않게 습작에도 늘 촌평을 달아 주셨다. 본인도 신문 기사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어휘·어문법·활자체·외래어 사용에 대한 의견들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한국 언론 역사에 족적을 남긴 당대 최고의 어문 기자요 신문 편집 전문가에게 나어린 초짜 문학도가 지적질이라니! 돌이켜보면 스무 살의 기백인지 치기인지, 여하튼 글에 관한 한 꽤 까다롭고 고지식했다.
한여름 밤 등목을 즐긴 게 화근이 되어 여러 날 감기를 달고 사신 후일담이라든지 일간지 편집 업무의 고단함과 보람이라든지 소소한 일상사를 즐겨 들려주셨다. 그러다 필자가 학업으로 분주해지면서 점차 소원하게 되었고 결국 연락이 뚝 끊어졌다. 문득 옛 기억이 되살아났을 때는 이미 세월이 까마득히 달아난 뒤였다. 그새 불귀의 객이 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인가 우연히 해묵은 신문을 들추다 부고란에서 함자를 발견하고서 가슴이 덜컥했다. 진즉 광화문이든 어디든 모시고 식사라도 한 끼 대접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내 안의 창작열이 점화된 것도, 지금껏 그 열기 속에 머무는 것도, 평생 창작과 수신(修身)에 힘을 쏟으라던 그분 덕택이다.
신문을 너무 편애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필자에게 있어 대중매체의 꽃은 단연 신문이다. 그런데 꽃이 좋아도 나비가 깃들지 않으면 결코 한 폭의 `화접도(花蝶圖)`는 완성되지 않는다. 신문이 정론직필의 첨병으로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독자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되는 격려의 물과 관심의 퇴비가 그것이다.
어느덧 창간 14주년을 맞이한 `남해시대` 독자 제위께서도 이 점, 깊이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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