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교육 담보않는 작은 학교는 `글쎄`"
상태바
"양질의 교육 담보않는 작은 학교는 `글쎄`"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0.04.20 11:59
  • 호수 6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담회 | 지역학교의 미래 1
1면 1개교 유지 대체로 찬성
유지 위한 동기 현실화 필요

남해시대가 창간 14주년(4월 16일)을 맞아 `지역학교의 미래`, `지속가능한 청정남해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주제는 `지역학교의 미래`라는 좌담회로, 남해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남해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힘써온 민간 분야의 교육 관계자들을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지난 8일 이음엘남해지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박기석 전 고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윤정규 남해군 소통위원회 자치·교육분과위원장(전 학교운영위원회 남해지역협의회장) △정기영 남해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 회장 △차선웅 이음엘협동조합 남해지사 대표(전 학교운영위원회 남해지역협의회 사무국장) 가 참석했다. 이들이 평소 생각하던 남해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학부모로서, 민간 교육인으로서 바라는 점 등을 토대로 남해교육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지역학교의 미래 좌담회에 참석한 정기영(사진 왼쪽부터) 남해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장, 박기석 전 고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차선웅 이음엘남해지사 대표, 윤정규 남해군 소통위원회 자치·교육분과위원장이다.
지역학교의 미래 좌담회에 참석한 정기영(사진 왼쪽부터) 남해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장, 박기석 전 고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차선웅 이음엘남해지사 대표, 윤정규 남해군 소통위원회 자치·교육분과위원장이다.

전병권 = 군내 학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통폐합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꽃내중(고현·남수·물건중)이 개교한 것을 지켜봤다. 농어촌 지역인 남해군은 학령인구 감소가 더 빠를 것으로, 향후 10~20년 안에는 통폐합 대상이 되는 학교들이 더 많아짐을 뜻한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는 1면 1개교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남해군이 준비해야 하는 작은 학교의 모습과 앞으로 남해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 등 남해 교육 전반에 대해 의견들을 제시해 달라.

작은 학교, 1면 1개교 유지

박기석 = 작은 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작은 학교에 대한 기준은 학생 수에 따라 교직원 수와 예산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생 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1면 1개교를 유지하는 방향은 좋으나, 1면 1개교만을 고집한다면 현실적인 교육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는 학생보다 교직원 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또, 학생 수가 적어 두 학년을 하나로 묶는 통합반도 운영해야 한다. 교육의 질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학부모가 작은 학교를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무조건 1면 1개교를 유지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현재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입장에서 계속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통폐합하는 것이 맞다.

윤정규 = 현재 남해에는 고현면(고현·도마초)과 삼동면(삼동·지족초)에 2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행정의 편의상 통합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가정을 벗어나 처음으로 교우관계를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고현·도마초에서 시행하는 공동교육과정을 면 단위 학교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 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신입생이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학부모가 그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학교는 지역 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선웅 = 학교는 마을 공동체와 직결된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은 청년(학부모)이 그 지역에 있다는 의미고, 청년이 많다는 것은 마을의 경쟁력 향상을 말한다. 그런데 학교까지 없어지면 청년을 유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진다. 청년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남해가 학교를 시간의 흐름에 방치해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단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1면 1개교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 의지만 있다면, 1면 1개교를 유지하면서 각 학교들의 경쟁력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정기영 = 1면 1개교 유지를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1면 1개교 그 자체가 작은 학교를 유지하는 동기가 되기는 어렵다. 현재도 앞으로도 남해의 학부모는 귀농·귀촌하는 외부인이 많을 것인데, 그들에게는 한 지역에 한 학교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강력한 유인동기가 될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학부모들은 질 좋은 교육과 좋은 학교를 보내고 싶어한다. 행정적인 이유를 떠나서, 꼭 그 학교를 보내고 싶은 교육동기가 필요하다.

특색 있는 남해군 작은 학교

전병권 = 학교가 단순 교육을 넘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것 같다. 또 참석자 대부분이 1면 1개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그렇다면, 교육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의 작은 학교가 돼야 하는가?

정기영 = 작은 학교를 살리려면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는 행정과 교육청에서 맡기에는 역할과 인력이 제한적이다. 교육행정이 담지 못하는 것을 민간인이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도시아이들은 입시와 경쟁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들어한다. 
<5면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