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트럭 몰고 남해 누비는 노란조끼 천사 공다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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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트럭 몰고 남해 누비는 노란조끼 천사 공다해 씨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4.23 16:12
  • 호수 6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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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밥상, 반찬배달 등 봉사하는 삶에서 행복 느껴
`노란조끼 천사` 공다해 씨는 파란트럭(오른쪽)을 타고 남해 마을들을 누비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가꾼 화단의 모란이 탐스럽게 피었다.
`노란조끼 천사` 공다해 씨는 파란트럭(오른쪽)을 타고 남해 마을들을 누비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가 가꾼 화단의 모란이 탐스럽게 피었다.
지난해 12월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 도지사상을 수상한 공다해 씨(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해 12월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 도지사상을 수상한 공다해 씨(왼쪽에서 세 번째).

 기자가 찾아간 그날도 공다해(64·창선 당저) 씨는 파란트럭을 몰고 오더니 집 앞 공터에 익숙한 듯 단번에 주차했다. "남해에 자원봉사 열심히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나를 찾느냐"며 한사코 거절하니 더욱 그를 만나고 싶었다. 자원봉사센터 장경아 코디네이터는 공다해 씨를 "봉사활동을 생활화한 분, 타의 모범이 되지만 항상 뒤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묵묵히 봉사하는 삶, 말이 쉽지 한결같이 이를 실천한다는 건 대단한 끈기와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재 노인돌봄맞춤 생활지원사로 일하는 공다해 씨는 당저리 새마을부녀회장이자 `노란조끼 천사들`로 불리는 적십자봉사회 남해지부 창선단위봉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 고향은 남면으로 결혼하고 33년 전부터 시어른들을 모시고 이곳 창선에서 살아왔다. 지난해 12월, 자원봉사자의 날 그는 남해군자원봉사센터의 추천을 받아 경남도지사 상을 수상했다. 
 
마을공동밥상의 행복
 당저리 부녀회장 공다해 씨는 마을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마음 맞는 70대 형님들과 마을회관에서 공동밥상을 차리고 어른들 대접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같이 밥 먹는 일이 그저 즐겁다고 말한다. 일로만 생각하면 힘들 텐데 함께하는 행복을 아니 마을회관 공동밥상은 자연스런 일상의 일부다. 오전에 함께 밥상을 차려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일터로 나가는 게 그의 하루 일과가 됐다.

 함께 밥 먹는 이들이 십시일반 돈도 내고 물고기 잡은 것,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을 들고 오니 반찬값이 떨어질 날이 없다. 군에서 쌀을 지원받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마을에서 함께 밥 먹는 걸 더 좋아한다고. "코로나가 오기 전만 해도 점심저녁을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형님들과 함께 차려 먹었지요. 어르신들은 점심때 평균 20명 정도 오시고 많을 때는 26명까지도 오셔서 식사하시곤 해요. 우리 동네 밥 잘해먹는 건 창선면에서도 다 잘 알아요." 

 코로나19 때문에 2월말부터 지금까지 마을회관이 폐쇄되어 본의 아니게 마을공동밥상을 쉬고 있다. 공다해 씨는 "연세 많은 90세 어른들이 각자 집에서 밥을 해 드시려니 제일 힘들어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빨리 풀려야 다시 모여서 어른들 식사대접도 하고 재미도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마을공동밥상과 함께 공다해 씨는 트럭을 몰고 다니며 어르신들 심부름도 해준다. 

 공다해 씨는 "어른들과 함께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며 "가까이 계시는 이웃 어르신부터 챙기려 한다"고 말한다. 덕분에 어르신들에게 일바지도 선물받고 그 자녀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받기도 한다고. 
 
반찬배달하는 이웃이자 친구
 공다해 씨의 활동모습이 궁금해 혹시 사진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청했다. 그의 핸드폰에 `노란조끼 천사들`로 불리는 적십자봉사회의 활동 모습, 마을회관 식사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많았지만 정작 그의 모습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활동사진의 대부분을 찍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던 것도 쑥스러워 다 지워버렸다고. 사실 사진에 담긴 다른 노란조끼 천사들의 활동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작년 6월말부터는 다른 한 동료와 함께 반찬배달봉사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장애인복지관에서 창선면사무소에 반찬을 갖다놓으면 은포마을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 가구에 한 달에 4번 트럭을 몰고 반찬을 배달한다. 처음에는 길도 멀고 여러 사정으로 어려웠지만 반찬배달하며 말벗도 돼주고 청소도 해주고 고사리도 끊어주고 했더니 지금은 그분이 먼저 반가이 맞아준다. 

 "그분이 다른 기관에서 주는 도시락을 1주일에 3번 받기로 했다는데 그럼 규정상 반찬배달이 안 된다고 했더니 도시락을 안 받겠다고 하더군요." 이웃과 말벗이 그리운 그분의 심정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공다해 씨는 트럭을 몰고 마을 이곳저곳을 누빈다. 재활용품 수거일에 따로 방송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이집 저집 다니며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롭진 않지만 마을의 가까운 이웃부터 챙기려고 하는 삶이 그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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