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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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피고 지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4.23 16:53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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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 이진귀 시인
이 진 귀시인
이 진 귀
시인

한 겨울 버틴 초록보리 저리 익어 가는 
너른 들판 그 곳, 마을 언덕배기 
저 멀리 푸른 강진바다가 보이는 
양지바른 밭 언덕 숨어 있는 듯 
노란 꽃밥 한 아름 하얀 꽃다발  
찔레 새순 꺾어 든 고사리 손 핏자국 닦아 내며  
홀로 자식들 키워 멀리 떠나 보낸 
당신, 밤낮 흘린 마른 눈물자국
그 너머 높은 산 아래 
집터 돌배나무 옆으로 아른아른 아지랑이 핀다.
 
하이얀 꽃잎 끝에 눈이 부신데 
논바닥 갈라진 틈 새로 마파람 차오르고 
샛노란 나비 훨 훨 날아 와  
채 해거름 바삐 날갯 짓 하다 가고 나면
문 밖 밝은 달밤에도 방 안 티브이 속 
드라마 낄낄거리는 소리 옆으로 흐르는 적막, 
그 너머 먼 산 아래 
밭두렁 비탈길 한 아름 뭉게구름 뜬다.
 
매미 소리 홀연히 떠난 옛 집터
대바람 마른 가지 흔들고   
갈색 이파리 한 잎 받쳐 든 우르르 빨간 영실,
한 겨울 산비둘기 홀로 찾는 데   
그 너머 비로봉 산 그늘 아래 
텃밭 언덕 위 무덤가 마른 풀숲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사랑하면 보이는 붉은 노을 짓는다.
 
이진귀 시인 약력 |  1960(1959)년 남해군 고현면 대곡리 출생. 도마초, 남해중, 국립부산기계공고, 한양대 졸업. 2019년 계간 에세이문예 겨울호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삼양사, ㈜휴비스를 거쳐 현재 ㈜경연전람 중국시장본부장으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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