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킨 보호수, 그 나무를 닮은 사람들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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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킨 보호수, 그 나무를 닮은 사람들을 그리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5.12 09:37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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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수호자 남해 보호수 展`, 25일부터 시문돌창고에서 전시
돌창고프로젝트 최승용 대표 기획에 젊은 작가 4인 참여
그림·일러스트·설치작품으로 남해 보호수 서른한 그루 표현
장영철 작가의 설치작품 `가지나무` 안 평상에 앉아 있는 최승용 공동대표와 김서진 작가(왼쪽).
장영철 작가의 설치작품 `가지나무` 안 평상에 앉아 있는 최승용 공동대표와 김서진 작가(왼쪽).

팽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회화나무, 비자나무, 말채나무, 푸조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국가에서 지정한 남해 보호수 31그루의 수종 목록이다. 지난 세기 도시화와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전국 곳곳의 당산나무와 숲들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남해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어서 수백 년 된 나무들이 다행히 보존돼 올 수 있었다. 짧게는 150년부터 길게는 650년까지 기나긴 세월 마을 입구와 중심에 자리 잡고, 비바람을 막아주고 풍농풍어와 공동체의 안녕을 지켜온 이 노거수들이 젊은 작가들의 그림, 일러스트, 설치작품으로 재조명된다. 돌창고프로젝트의 최승용 대표와 장영철·김서진·송민선·최중원 작가가 참여한 `마을의 수호자 남해 보호수 展`이 4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시문돌창고에서 열린다. "남해는 개발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 말하는 이 젊은 예술가들은 과연 남해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남해 보호수 전`이 열리는 시문돌창고에서 최승용 대표와 `존재의 초상` 전을 열고 있는 남해(미조) 출신 김서진 작가를 만났다.


전시 공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최승용 대표 : 이 전시 공간 전체가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들이 살고 보호수, 돌탑, 정자가 있다. 남해 전체 지도가 있고 남해 보호수 31그루를 다 담고자 했다. 보호수가 있는 곳에 가면 돌탑과 정자 대부분 있다. 여기서 정자는 평상으로 대신했다. 
 
중앙에 설치된 32번째 보호수
`가지나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승용 : 유명 건축가이기도 한 장영철 작가가 남해 보호수 기획을 전달받고 남해 가로수의 가지들을 모아 32번째 보호수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이걸 사람들이 600년 된 나무라고 인식할까 의문이 들었고 작가에게는 도전적인 주제가 됐다. 이 설치작품은 나무를 감상하는 방식이 다르다. 나무를 보통 밖에서 시각적으로 봤다면 장영철 작가가 건축가다 보니 공간감을 만들어 나무 안으로 들어가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나무 안에서 나무를 보고, 밖을 보는 느낌이 든다. 나무를 대하는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다. 
 
보호수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물인데 32번째 보호수는 어떤 상징물인가
 최승용 : 남해에 31그루의 보호수가 있는데 그것은 자연적으로 오래 형성된 거다. 32번째 보호수는 우리가 만들어 새로 심는다는 개념이었다. 전시가 끝나면 공공장소에 재설치해서 완벽히 뿌리 내리게 하고 싶다. 제일 큰 희망은 사람들이 여기서 전시를 보고 남해 31개 보호수를 다 관람해보는 거다. 31개 보호수를 보러 간다는 건 31개 마을을 돌아본다는 거다. 작년에 출간한 룗남해 보호수룘 라는 책에 주소와 설명이 다 나와 있으니 도움이 될 거다. 
 
`존재의 초상`의 초상화들은
어떤 그림인가

 김서진 작가 : 보호수가 있는 31개 마을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초상화다.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다. 밭에 계신 분들, 거동이 불편해 집에 계신 분들, 삶 속에 있는 분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 나무가 있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또 나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을을 지키고 살아가는 보호수와 사람들이야말로 마을의 수호자가 아닐까.

김서진 작가의 `존재의 초상` 작품들. 보호수가 있는 31개 마을의 어르신들을 그렸다.
김서진 작가의 `존재의 초상` 작품들. 보호수가 있는 31개 마을의 어르신들을 그렸다.

어르신들을 표현할 때 보통 흑백 등 무채색이 떠오르는데 색감도 다채롭다 

 김서진 : 그건 일종의 형성된 이미지다. 자연의 색은 다양하고 실제로 어르신들은 화려하게 꾸민다. 다채로운 색으로 그분들의 살아온 이력, 성품, 개성을 생동감 있게 드러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김서진 : 지금 편백나무 숲에 있는 것들, 숲길, 남해 풍경, 어르신들 그리는 일을 계속 할 것 같다. 남해가 좋아서 다시 왔다. 당분간 남해에 살면서 작업할 것이다. 총체적으로 자연과 사람들, 농부들을 그릴 것이다. 
 
`보호수 전` 이후 계획은
 최승용 : 남해 보호수를 시작으로 남해 다랭이, 남해 작은 섬, 남해 죽방렴 식으로 남해 세 글자 시리즈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보호수 작업처럼 우선 책을 한 권 내고,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다. 잘 보존된 남해의 다랭이논, 농사짓는 어르신, 논 면적이나 형태들도 그림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정포마을, 무지개마을의 다랭이논은 굉장히 아름답다. 이런 작업을 통해 다랭이논과 보호수 등 남해의 소중한 것들을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민들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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