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남해 한달살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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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남해 한달살이를 추천합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5.11 12:18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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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개발문명 멈춤의 계기
보존이 미래, 남해의 자연 지켜지길
박세상(왼쪽) 작가와 허신정숙 작가.
박세상(왼쪽) 작가와 허신정숙 작가.

남면 석호마을 박세상 작가가 운영하는 펜션 `화가와 꽃`에서 그리고 옻채Art갤러리에서는 28일과 29일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두 개의 전시회가 열린다. 새벽산책과 자연을 사랑해 이번에도 남해의 시간과 자연을 화폭에 옮겨온 제주출신 화가 허신정숙 작가의 오픈갤러리 `남해, 섬 속에 흐르는 시간` 전과 옻채Art갤러리에서 여는 `화가와 꽃` 주인장 박세상 작가의 개인전이다. 허신정숙 작가는 애초에 작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전시를 취소하게 되고 이를 안타까워한 박세상 작가의 반짝 아이디어로 `화가와 꽃`에서 오픈갤러리 형태로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런 예상 밖의 상황을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로 승화시키는 두 작가의 모습이 예술가다운 여유와 멋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두 작가를 만나 예술가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해, 그래서 아끼고 보존해야 할 남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남해 한달살이를 하고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일주일간 `화가와 꽃` 펜션에서 오픈 갤러리를 연 제주 출신 화가 허신정숙 작가.
남해 한달살이를 하고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일주일간 `화가와 꽃` 펜션에서 오픈 갤러리를 연 제주 출신 화가 허신정숙 작가.

허신정숙 작가 = 작년에 생애 처음으로 남해에 왔다. 이번에는 한 달 살기 하러 와서 그림 그릴 걸 생각하며 얼마나 들떴는지 모른다. 

박세상 작가 = 남해에 있는 작가로서 반가웠다. 한 달 동안 여기 머물며 작업한 걸로 작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전시가 무산돼서 안타까웠다. 요즘 아티스트들이 자기 집에서 연주도 하고 전시도 하는 걸 보고 방(오픈)갤러리 아이디어를 냈고 허 작가님이 흔쾌히 수락해줬다.

허신정숙 = 코로나로 인해 문화에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른 패턴이 이어지고 다른 패러다임을 형성할 것이다. 예전에는 행복이 바깥으로 내보여지는 거였다면 앞으로는 과연 잘살고 있나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상황들을 잠시 멈추고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계기, 인생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안 달려도 될 텐데, 왜 이렇게 빨리 달렸지 하는 돌아봄 같은 걸 하게 될 거다.

4월 2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옻채Art갤러리에서 초청 전시회를 갖는 화가 박세상 작가.
4월 2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옻채Art갤러리에서 초청 전시회를 갖는 화가 박세상 작가.

박세상 = 평상시 내 작업의 모토는 리사이클링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물질을 사용하면 쓰레기가 배출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줄이는 거다. 캔버스를 만들면 자투리 천이 나온다. 그걸 재봉틀로 다시 엮어 효과를 내고 재사용하기도 한다. 천을 활용해 조각품을 만들기도 한다. 내 작품은 푯말에 `작품을 만지세요`라고 써 놓는다. 그건 작품에의 접근을 쉽게 하고 관람자가 작품에 참여하게 하는 일이다. 나는 재활용을 하는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다.

허신정숙 = 박 작가님의 작업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작품과 삶에 괴리가 있는 작가들이 많다. 내가 여기 와서 놀랐는데, 박 작가님은 요만한 작은 쪼가리 하나를 버리지 않는다. 버리는 나무도 없고 다 이어서 작업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게 몸에 밴 분이다.

박세상 = 내가 남해 와서 배운 건 자연에 순응하는 거다. 자연에 가까이 와서 자연을 누리면서 이기려고 하면 안 되지 않겠나. 내 없는 것을 한탄하고 남의 걸 넘보면 그때부터는 복잡해지고 괴로워진다. 물감이 떨어지면 떨어진 색깔은 안 쓰면 된다. 그런 마음을 가지니 불행하지 않다. 그걸 보고 허 작가님이 남해의 흙을 가지고 작품을 해보라고 귀띔해줬다.

허신정숙 = 남해의 흙을 보니 박 작가님의 작업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흙을 보면 생명을 키우는 모성적인 느낌이 있다. 박 작가님이 흙 작업을 한다면 한번 콜라보레이션 전시도 해보고 싶다. 박 작가님과 내가 추구하는 게 많이 비슷한 것 같다. 매일 새벽 산책을 한다. 한 달간 살면서 처음엔 갈색이던 산이 연둣빛이었다가 이제는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 변화가 눈에 보이니까 너무 사랑스럽다. 그걸 화폭에 그려 넣었다.

박세상 = 아마도 지금 남해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꼽으라면 허 작가님을 꼽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온 분인데 이곳을 더 좋아한다.
<11면에 계속>

박세상 작가의 `노도와 갈매기`. 쓰던 캔버스를 재활용해 새롭게 작품을 완성했다.
박세상 작가의 `노도와 갈매기`. 쓰던 캔버스를 재활용해 새롭게 작품을 완성했다.
허신정숙 작가의 `봄 봄 봄`과 다른 작품들. 허 작가는 남해의 푸른 바다로부터 영감을 받아 푸른색으로 남해의 자연을 그려냈다.
허신정숙 작가의 `봄 봄 봄`과 다른 작품들. 허 작가는 남해의 푸른 바다로부터 영감을 받아 푸른색으로 남해의 자연을 그려냈다.

 <10면에 이어서>

 허신정숙 = 제주도와 남해가 다른 점은 바다다. 제주의 바다는 늘 파도를 동반한다. 제주의 파도 치는 바다를 보다가 호수 같은 남해의 바다를 보고 반했다. 시간대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과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으면 정말 다채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게 남해의 보배다. 사람들이 경험을 하면 남해를 엄청 사랑할 것 같다. 남해가 작가들이 사랑하는 섬이 됐으면 좋겠다.

 박세상 = 이런 분들이 남해에 많이 오셔서 작업하고 전시도 하면 좋겠다. 너무 멀리 나간 제주도, 거제도를 보면서 남해가 그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리하게 길을 넓힌다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아니다. 꼬불꼬불하고 좁아야 오래 머문다. 길 넓히고 편리하게 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보존하고 동식물을 보존해야 한다. 우리는 작가로서 보고 느낀 걸 작품으로 표현하고 보여주는 게 책무다.
 
 허신정숙 = 푸른색을 전에도 좋아했는데 남해 와서 더 많이 썼다. 남해에서 그린 그림이 모두 푸른색이다. 창문 밖으로, 산책하면서 보이는 남해의 바다를 보며 안 쓸 수가 없었다. 한 달 작업하면서 새롭게 경험한 부분들이 놀랍다. 작가는 자기가 있는 곳에서 떠나보는 게 좋다. 작가들에게 남해 한달살이를 적극 추천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옹기종기 들어앉은 마을들과 그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는 길들, 이 아름다운 남해를 보존했으면 정말 좋겠다. 높은 빌딩은 아예 안 지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박세상 = 내가 몰랐던 걸 끄집어내고 미처 못 본 것을 볼 수도 있고 말이 통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허 작가가 그런 분이다. 이번 전시의 기본 바탕은 리사이클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 작품에 등장하는 갈매기는 나다. 자유롭게 높이 비상하려 했으나 한쪽 날개가 꺾여 위태로워 보이는 나다. 나름 자연의 수혜를 받고 살지만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나를 가렸으나 다 보인다.
 비치코밍 작품도 있다. 폐목을 주워다 물고기 조형물을 달아서 전시할 예정이다. 폐목은 버리면 쓰레기지만 재활용하면 작품이다. 바닷가에 버려진 폐목들이 파도에 씻겨 예쁘고 자연스럽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 같다. 우선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하고 버려진 쓰레기도 가치 있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요즘 마을 프로젝트, 마을재생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마을에 관광객이 오면 나는 화가니까 미술체험을 하게 해줄 수 있다. 솔밭이나 바닷가에서 폐목, 몽돌, 유리조각 등을 주워서 미술품을 만들고 기념품이 된다면 이야기가 되는 거다.
 
 허신정숙 = 발전이라는 의미도 이제는 사람들이 재정립해야 한다. 코로나는 우리 인류에게 던져진 일종의 경고 같다. 이제는 보존이 개발인 시대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방향이고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이고 생명이기 때문에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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