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선사한 특별한 방학… 상주 아이들에겐 `마을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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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선사한 특별한 방학… 상주 아이들에겐 `마을이 학교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5.14 15:28
  • 호수 6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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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풍·자전거로 마을 한 바퀴·키트에 키운 콩나물·버섯
개성 만점 나만의 레시피 라면은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
마을 빈집은 아이들 아지트이자 길고양이 보금자리 됐다
상주마을 아이들의 친구이자 교사, 조 영 씨에게 듣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고 상주 아이들도 꼼짝없이 집에 갇혔다.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상주의 아이들은 마을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제 놀이를 찾아 논다. 상주 아이들은 바닷가에서의 `번개`는 소풍이 되고 자전거로 마을길을 달리며 또 자기만의 레시피로 라면 파티를 즐긴다. 마을 빈집은 아이들의 아지트로 변했고,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상주 아이들의 특별한 방학과 함께한 조 영 씨의 입을 빌려 이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진솔·민솔이 엄마 조 영 씨는 상주마을 주민이자 동고동락협동조합의 상상놀이터 나눔지기, 초등연계돌봄 교사이자 아이들의 특별한 친구다. <편집자 주>
 

은모래 바닷가 번개모임 
 "무려 한 달 가까이 친구 집에도 못 놀러가고 집 안에서 시름시름하던 아이들에게 바닷가 번개모임 공지를 띄웠어요. 사실 바람도 불고 따뜻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바닷가에서 한번 모여 놀 수 있게 자리만 만들어주려 했죠.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나 걷기 같은 걸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놀더군요. 엄마들이 준비해준 간식도 나눠먹고요. 그날부터 3학년에서 5학년 아이들 6~7명이 모여서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어요."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민솔이, 혜림이와 함께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8명으로 늘어났어요. 삼삼오오 타다가 4월 14일엔 전부 모여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았어요. 출발 전에 코스를 정하자 했더니 아이들마다 자기만의 코스가 있었어요. 여자애들, 남자애들, 큰애들이 자기들만의 스폿을 알려주고 코스를 만들어서 동네 곳곳을 한 바퀴 돌았지요. 아이들은 어디 경치가 좋고 어디가 사진 찍기 좋은지 알고 있었어요. 이때 지원이가 처음 자전거를 끌고 나왔고 건우도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됐어요. 그 뒤로는 아이들끼리 뭉쳐서 타고 놀아요." 
 

빈집은 아이들의 아지트
 "3월 말경에 금전 마을의 빈집을 무료로 빌려준다기에 얼른 집주인을 만났어요. 가보니 딱 마음에 들었죠. 돌담에는 넝쿨식물이 자라고 마당에는 우물과 텃밭이 있었어요. 대청마루도 그대로 살아있고 외양간도 있고. 아이들과 모여 한 달 동안 마루를 닦고 풀을 뽑고 텃밭을 일궜어요. 아이들은 이곳에서 절구도 찧고 흙 미숫가루를 타서 소꿉놀이를 하고 방에 아지트를 꾸미고 길고양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텃밭에 자기 식물도 키우고요. 

 이 빈집이 아이들이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는 재미와 상상의 공간이 됐으면 해요. 민솔이와 혜림이는 캠프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하고 하랑이는 여름에 이 집 마루에서 친구들끼리 별 보며 자고 싶다 하더군요. 아이들 상상 속에서 뭐가 나올지 기다리고 있어요." 

콩나물·버섯 키우기
 "어느 날 혜림이가 콩나물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친구들과 같이 키우자고 제안했지요. 콩나물·버섯 키트를 구매해서 원하는 아이들과 나눴어요. `콩나물·버섯방`이라고 채팅방을 만들어서 이틀에 한 번씩 사진 올리고 이야기도 나눠요. 다 키우는 데 2주 정도 걸렸나, 키운 버섯과 콩나물로 마지막 날 요리를 해서 먹고 마무리했어요." 
 

나만의 레시피로 라면 끓여먹기
 "하루는 상원이가 자기만의 라면 레시피가 있다고 해서 라면 끓여먹기 모임을 했어요. 아이들이 라면 하나에 파, 치즈, 양파, 계란 등을 들고 왔죠. 진호는 그날 라면을 처음 끓여봤다고 해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라면도 저마다 먹는 취향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색다른 맛과 재미가 있더군요."

길고양이 돌보기
 "상원이와 성빈이가 길고양이 어미와 새끼 3마리를 데려다 빈집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돌봤어요. 얘들을 데려오려고 둘이서 엄청 청소를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정성껏 돌봤지만 그만 새끼 한 마리가 죽고 말았어요. 그 때문에 저도 아이들도 상심이 컸죠. 

 이 소식을 듣고 공존연구소의 안병주 소장님이 `고양이와 공존하기` 모임을 제안했어요. 고양이를 기를 때 알아야 하는 고양이의 언어, 습성, 주의해야 할 점 등을 함께 공부했어요. TNR 수술(중성화수술)의 필요성, 길고양이에게 밥만 주는 게 아니라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번 11일에는 안병주 씨네 고양이 미니솔이 발치 시술 비용 마련을 위한 하루장터를 상원이네 집 안마당에서 열기도 했지요."

끝으로 한마디 
 "이 시간들이 계기가 돼서 더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놀이 상상을 해보기를 바라요. 아이들과 이런 시간을 함께할 사람들이 곳곳에 있고 이런 일들이 마을에서 조금씩 일어났으면 해요. 품앗이처럼 마을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고 나누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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