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위한 계획, "남해를 느껴가며 천천히 펼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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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위한 계획, "남해를 느껴가며 천천히 펼칠 거예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5.14 15:31
  • 호수 69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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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방 `플랜포히어` 정다현·이완술 공동대표
`자연에서 노는 법` 진행중… 목공예 워크숍 예정
플랜포히어 정다현(왼쪽)·이완술 공동대표가 자신들이 제작한 놀이위인카드와 생활목공예품을 소개하고 있다.
플랜포히어 정다현(왼쪽)·이완술 공동대표가 자신들이 제작한 놀이위인카드와 생활목공예품을 소개하고 있다.

 재능 많은 두 청년이 남해 상주를 찾아들었다. 지난해 여름 수원서 살던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은 상주의 빈 상가를 빌려 살집 겸 공방을 차렸다. 그리고 번듯한 간판을 내건 것은 아니지만 공방에선 몇 달 전부터 두 친구의 의미있는 작업들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직접 필요한 가구를 나무로 제작하고 조명과 선반을 달았다. 

 어느 날부터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그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조개껍질도 주우러 다녔다. 초상화들이 하나둘 공방 유리창에 나붙고 조개껍질들은 작업대 위에 진열됐다. 

 소박하지만 어떤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곳은 `지금, 여기를 위한 계획`이란 뜻이 담긴 문화기획공방 `플랜포히어(planforhere)`다. 그리고 이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두 친구는 정다현 씨와 이완술 씨다. 
 
공방 리모델링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 큐레이터 공부를 하다가 전향해 공공예술이나 사람들과 같이하는 프로젝트 일을 주로 하고 있다"는 다현 씨는 작가들과 함께 마을에서 한 장소를 바꾸나 지역민과 함께하는 예술 워크숍 등을 진행해왔고, 4년간 수원시 평생학습관 내 시민작업장인 거북이공방에서 자연물을 다루는 작업하는 분들, 주로 목수들과 같이 시민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한 완술 씨는 편집 디자인부터 포스터, 홍보물, 로고 등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에 맞는 시각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해오면서 모두의 숲이라는 공간에서 텃밭, 정원수업, 몸마음 워크숍 등을 거북이공방과 같이 진행했다.

 남해에는 다현 씨가 작년 팜프라 집짓기 프로젝트에 2주간 참가하면서 오게 됐고 완술 씨가 합류하면서 상주에 공방을 차리게 됐다. 다현 씨는 남해에 오게 된 이유를 "직업상 여행을 많이 하면서 지역을 많이 돌아다닌 편인데 이곳 특유의 정취가 있어 이곳에서 뭔가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방 리모델링이었다. "일상에서부터 자립하지 않으면 비용도 많이 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적으면 삶의 제약이 많아져요. 사실 돈을 들이고 남의 손을 빌리면 금방 할 수 있지만 가구, 조명 하나하나 우리 취향을 살려 직접 만들어갔지요." 

이완술 씨가 그려서 공방 유리창에 붙인 상주의 얼굴들.
이완술 씨가 그려서 공방 유리창에 붙인 상주의 얼굴들.

상주의 얼굴들 그리기
 다음으로 초상화 그리기 작업을 했다. "사람들이 세대, 성별, 지역, 빈부격차 등으로 심하게 양극화돼 있잖아요. 이런 갈등이 생기는 원인이 서로 다르고 공감 못할 경험을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은 우선 수원과 남해를 연결할 수 있는 경험을 기획하고 디자인해보기로 했다. 일명 `자연에서 노는 법` 프로젝트다. 

 "공원, 베란다 화분, 화단이 자연을 소비하는 도시의 방식이라면 남해 여기는 일상적으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누리고 있더군요.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수집해보자 했다. 일반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완술 씨가 지역민들의 초상을 그려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면서 지역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지금까지 총 20명 정도 진행했다.

 "할머니가 나물 캐러 가는 산책길, 아이들이 만든 비밀 아쿠라리움 등 지역 주민들이 알려준 공간들은 관광으로서 좋은 풍경을 넘어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원초적 안정감을 느낄 경험들을 줄 수 있지요."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두 사람은 `자연에서 노는 법` 감각수집 키트를 만들고 있다.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의 지역 기념품을 사기보다 지역을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거나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의 경험과 기억을 만들어가는 게 요즘 여행 트렌드다. 

 "여행 온 지역의 바람소리, 바다냄새, 하늘의 빛깔 등을 좀더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와 매뉴얼을 제작하려고 해요. 거창한 건 아니고 남해의 색감을 담은 색깔지도라든가 누워서 남해의 바람소리, 바다냄새를 느끼게 해줄 돗자리, 이런 도구나 물건을 한데 묶은 `남해 보따리` 같은 거죠."
 
목공 워크숍, 상주놀이위인카드

 이것 말고도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코로나 때문에 미뤄온 나무 깎기 워크숍을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또 아이들과 함께 할 프로젝트는 일명 `놀이터를 빛낸 33명의 위인들` 카드 만들기다. 이미 수원에서 누가누가 잘 노나 놀이공모전을 열고 `놀이터를 빛낸 33인의 위인들`을 선정해 33개의 놀이카드를 만든 적이 있다. 사람들이 세대의 구분 없이 놀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들 제안으로 상주편도 만들려고 한다.

 축제와 놀이터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 여름에 상주 EDM페스티벌을 봤어요. 그런 것도 좋지만 마을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축제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번 여름 움직이는 리어카를 만들어서 주민, 관광객과 함께 이동식 프로그램을 하려고 한다. 숲과 바닷가 같은 야외에서 조개껍데기 등을 활용해 촉감을 전환시키는 그림 그리기 등을 돗자리 펴고 할 수도 있다. 

 지금 두 사람은 수원과 남해를 오가며 살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적극적으로 남해에 머물며 천천히 마을 사람들에 맞춰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싶다. 지금, 이곳을 위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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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요 2020-05-22 21:43:00
젊은친구들이 아주 재미난 일을 꾸미고있군요•••
두 청년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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