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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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이 있는 풍경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14 15:43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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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본격적인 마늘 출하에 앞서 초매식이 머지않았다. 이 지역의 초매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난지형 건조 마늘의 기준 수매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농업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감소세가 불가피했지만 근년 들어 수확량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는 영농지원단사업과 농기계임대사업, 마늘 생육에 적합한 기후적 조건의 영향인 듯하다. 한편으로는 수매가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생산자·소비자 양측의 불만이 팽배하다. 심지어 가격 폭락에 상심한 생산자가 밭을 갈아엎어 자율 폐기하는 사태마저 종종 목격된다. 정부가 수매 비축한 물량으로 수급 조절을 위해 나름 역할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생산과 소비에 걸친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수급과 판로 그리고 농가 소득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소한 마늘밭에 쏟은 농부의 구슬땀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골 마늘이 도시인 밥상에 오르려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밭갈이와 퇴비 살포를 시작으로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쉬운 일은 없다. 수확 이후의 건조 과정도 예외가 아니다. 그나마 마늘의 고장답게 농가마다 건조 요령이 있다. 다만 장 담그는 법에 따라 장맛이 달라지듯, 마늘 건조법에 따라 마늘 맛이 달라지는 것은 책임 못 진다.

 전통적인 건조법은 마늘대 서너 움큼씩을 한 다발로 하여 가운데를 묶고 아래는 펼쳐 고깔모자 형태로 세워 놓거나 아니면 베어 낸 자리에 그대로 뉘여 놓는 것이다. 이 밖에 가드 레일·경량철골 스터드·대나무 시렁·쇠파이프·각목·평상·담장·지붕 등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한다. 그중 압권은 줄기를 절단한 마늘통을 오와 열을 맞춰 펼쳐 말리는 방법이다. 오뉴월 햇살 아래 해풍 맞고 자란 마늘통의 겉껍질이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풍경은 바다 위에 띄운 부표나 트로트 가수의 의상을 장식한 스팽글(일명 반짝이)을 연상시킨다. 

 `일해백리` 마늘은 양념과 고명의 기능을 겸비했다. 양념의 쓰임새만 놓고 봐도 조미료와 향신료의 역할을 두루 해낸다. 잡내를 제거해 주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돋워 주며 감칠맛과 풍미까지 살려 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양념의 종류에는 마늘 외에도 고춧가루·소금·대파·쪽파·생강·후추·설탕·깨소금·들깨가루·참기름·들기름·식초·술·간장·된장·고추장·젓국·겨자·산초·제피 등이 있다. 양념은 음식의 조리 단계에서 사용하거나 완성된 음식에 별도로 첨가하는데, 그 원재료가 대부분 식물성이다 보니 저장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생물 그대로도 사용하지만 장기간 보관을 위해 건조 또는 발효를 시키거나 기름을 짜는 가공 과정을 거친다.  

 마늘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의 요리에 널리 쓰인다. 특히 한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늘을 첨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과 향이 확연히 달라진다. 살짝 데친 나물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마늘장아찌는 인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건강식 밑반찬이다. 생마늘과 삼겹살의 조합도 뛰어나다. 요즘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보온밥통을 이용해 손쉽게 흑마늘을 제조할 수 있다. 서양 요리에서도 마늘의 활용도는 높다. 그중 하나가 마늘과 파스타와 올리브 오일로 만드는 이태리식 `알리오 에 올리오`이다. `마늘과 오일`이라는 뜻이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귀하고 소중하면 그에 걸맞게 예우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 당장 풍족하다 해서 마늘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우리는 단군왕검의 후예로서 마늘을 널리 전파하고 길이 보존할 역사적 사명을 지닌 민족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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