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피는 고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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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피는 고향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14 15:48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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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39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길을 걷다가도
이 꽃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냥 서러운 꽃입니다.
 
배고픔에 꽃잎 따서 먹고
그래도 또 모자라 그 순마저 질러먹던
결코 그 시절 서러워서만 아닌
그냥 눈물어린 가슴에 피는 꽃입니다.
 
시퍼런 오월의 중간에 서서
그 하늘 담기에는
너무 작은 가슴이라
그게 서러운 꽃입니다.
 
그래서 무리지어 어깨동무하고
마음만은 북소리 내어 울리는 꽃
와~ 와~ 함성이 울려 퍼지는 오월 산에
송이송이 피워내는 순결입니다.
 
보시라! 내 슬픔에 겨워 지고 말지라도
허공중에 퍼진 향기는 산을 넘습니다.
머~언 먼 고향 길을 달려가는 저 품새를!
그리움은 고향이라서 그게 눈물입니다.
 
 -시작(詩作) 노트-
 
 찔레꽃처럼 고향 떠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거나 달래주는 꽃이 있을까요?

 오월이 피어나 고향 산천을 푸르게 채색하던 날, 찔레꽃은 그 수많은 송이송이를 새하얗게 쏟아냅니다. 

 작은 꽃이라 무리를 지어서라도 함성처럼 피는 꽃이기도 하지요. 찔레꽃과 찔레순으로 어려운 시절의 허기를 달랬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고향의 서정이 여러 갈래로 담긴 꽃이라서 더욱 애착이 가는 꽃입니다.

 더구나 이 꽃의 향기는 너무나 상큼한 순수한 향기라서 그야 말로 순결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꽃말이 `고독`이듯이 산이나 들에 피어있으면 그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는 꽃이기도 하지만 그 향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품격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 가는 바람에 미동만 해도 순간적으로 달려와 마음을 앗아가는 매력을 지닌 꽃입니다. 

 그래서 고향 떠난 사람들은 고향이 그리울 때 그 향기를 쏘아 붙이면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고향마을 동구 밖을 달리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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