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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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14 15:48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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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기간에 공사장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보리라 마음먹고 친구와 함께 인력시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이른 새벽에 나갔지만 경험이 없는 우리는 많은 시간이 흘려도 찾는 이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쯤 "짐통 여섯"하는 소리에 친구와 차에 올랐다. 

 도착한 현장은 가정주택을 신축하는 곳이었는데 지붕 콘크리트를 치는 날 일이었다. 작업반장이 등짐통과 삽을 주며 자갈을 져 올리라고 했고 우리는 몇 번 해본 일인 양 자연스레 옆 사람을 따라 작업을 시작했다. 레미콘 보급 전이던 그 시절에는 지붕에 `세끼다`라는 목 작업 후에 철근을 엮고, 대판이라 불리는 철판을 올리고는 모래 세 짐통 자갈 세 짐통을 붓고 시멘트 한 포와 물을 섞은 후 콘크리트를 시공하는 방식이었다. 짐통 인력 여섯과 시멘트 올리는 한 명, 물돌이라 불리며 물을 부어주는 한 명 그리고 삽으로 시멘트를 비비는 세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일을 해야지만 맡은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었다. 

 보기엔 엉성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 시절 옥상은 균열이 가거나 비가 새는 일들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레미콘 공장에서 기계로 빈틈없이 반죽해 시간 내에 시공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옥상마다 녹색의 에폭시가 발라져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의 콘크리트는 양생 후 빗자루질만 해도 계속 표면이 일어나며 쉽게 균열 가고 누수가 생기는데 전문가들은 모래와 자갈의 품질 때문이라고 한다. 자원의 고갈로 강모래에서 바닷모래나 흙에 섞인 모래를 씻어 사용하고 자연 마모된 자갈에서 인위적으로 깬자갈로 바꾸었을 뿐인데 아무리 정확히 반죽을 해도 예전보다 강도와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삶이 꼭 콘크리트 같다. 그 시절 개개인의 인품과 인륜을 중시하는 마음이 부족한 환경을 극복한 사회였다면 지금의 우리는 법과 사회보장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오히려 개인의 소양이 부족해 사회균열과 누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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