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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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이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21 11:44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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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지난해 여름 용문사 거사림 회원들은 `행복은 어디에 어떤 모습인가?`라는 화두로 부탄 성지순례를 떠났다. 방콕을 경유해 도착한 부탄은 티 없는 맑은 하늘과 빠르게 흘러가는 시원한 강물로 우리를 맞이했다. 해발 2천m 이상의 산악에 짧은 활주로 하나가 전부인 파로 공항은 부탄이 얼마나 산악지역인지 실감하게 했다. 

 좁고 굽은 도로에 마주 오는 차량이 있으면 아슬하게 피하거나 기다렸다 교차하곤 했는데 열악한 도로 사정에 우리는 기왕 내는 도로를 관광객이나 물자수송이 편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래시장에 가서도 몇 종류 안 되는 농작물을 보며 이것만 먹고 어찌 사는지 또는 무슨 과일을 키우고 장사를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도 지적하듯 토로했다. 성지를 순례하고 도착한 부탄 최고 호텔의 저녁 식사는 최고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여서 우리는 가지고 간 밥솥에 밥을 하고 준비한 찬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다음 날 아침도 손수 밥을 해 먹어야 했다.

 먹는 불편함과 온통 산뿐인 주변 환경은 여행의 만족도를 떨어뜨렸고, 유흥은 고사하고 맥주와 커피 한잔 하기 힘든, 일상의 편리함과 멀어진 우리는 농약 한번, 비료 한번 주지 않는 그들의 농법과 느긋하기만 한 생활을 힐난하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날 저녁 식사 후 스님께서 차 한잔 하자며 일행을 방으로 모았다. 스님께서는 직접 재배해 발효한 녹차를 권하며 "부탄은 바쁜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보다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소득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자연이 주는 만큼 취하며 경쟁하지 않고 내려놓으므로 가득 채움을 배우러 왔는데 어찌 그리 가르칠 것이 많으냐?" 물으시는데 무안해 할 말이 없었다. 

 순례 3일째부터 우리는 조금 나아진 시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열 배 이상의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그들보다 행복하지 못한 우리는 3만 불 소득에 걸맞은 소양을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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