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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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아다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5.28 16:21
  • 호수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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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세계 강국으로 거듭난 우리나라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우리는 개발도상국이었다. 열악한 국력만큼 가정의 경제력 또한 미비해 많은 이들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했다. 특히 성적은 좋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공고나 상고를 선택했고, 졸업 후 산업 일꾼이 돼 가정에 보탬이 되거나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도 했다. 

 남해에는 수산고등학교가 있어서 상선에 취업하면 크게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그때 그들의 노력으로 세계 강대국이 된 지금은 선호 직업이 바뀌고 실업계 고등학교가 많이 줄어들어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조선업이 한창이던 80년대 기능공 중 용접 기술자의 수요가 많았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용접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조선소에 취직하면 그나마 성공한 사례였다. 전기로 스파크를 일으켜 고열로 쇠를 접하는 용접은 강한 불빛 때문에 꼭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용접공이면 누구나 몇 번씩 `아다리`(광각막염) 돼 고생을 한다. 심하게 `아다리` 되면 눈에 모래를 넣고 비비는 듯한 통증으로 며칠을 고생하기가 다반사이고 한번 걸린 후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지만 방심하면 다시 `아다리` 되기를 반복한다. 

 공사현장에서 구경하다가도 `아다리`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두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발생은 강한 빛을 본 적 없어 작업하다 보면 발생하고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보호경 없이 작업하다 발생하는데 산업현장에서 무언가를 조립할 때 보호경을 썼다 벗었다 하기 귀찮아하다 `아다리`가 되곤 한다. 경험 없는 상황에 첫 `아다리`야 눈이 적응하는 과정이라 생각되지만, 필요 이상의 호기심 또는 자만심과 귀찮음으로 발생하는 것은 우리 생활 태도가 그만큼 안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밤잠을 한숨도 못 잘 만큼의 고통을 겪어보고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아다리` 되는 우리의 생활 태도가 용접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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