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프라, 남해를 청년들의 삶터로 가꾸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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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프라, 남해를 청년들의 삶터로 가꾸어가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6.04 10:55
  • 호수 6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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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혁신가 유지황 팜프라 대표의 바람
유지황 팜프라 대표.
유지황 팜프라 대표.
지난 1년간의 팜프라 활동을 담은 전집 무크지 룗판타지촌룘 6권.
지난 1년간의 팜프라 활동을 담은 전집 무크지 [판타지촌] 6권.

 1년 전 몇 명의 청년들이 상주 은모래바닷가에 집을 짓고 한 달 살기(일명 코부기 프로젝트)를 했다. 그리곤 곧 상주 두모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주 멤버는 유지황, 양애진, 오린지 씨다. 이들은 자신들의 단체를 `팜프라`라고 불렀다. 이들이 꾸려나가는 팜프라는 `촌`(Farm)과 `인프라`(Infra)의 합성어로 "촌라이프를 꿈꾸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실험하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주거, 토지, 기술, 수익모델 등 다음세대를 위한 농업 인프라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청년기업"이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1년여의 기간 동안 이들이 한 일은 놀랍다.
 
팜프라촌, 청년 촌살이를 실험하다
 남해 두모마을에서 팜프라는 20~30대의 청년 12명을 모아 팜프라촌을 만들었다. 이 12명의 청년들은 팜프라촌에서 105일 동안 저마다 꿈꾸는 촌라이프를 실험했다. 이들이 집짓고(코부기 워크숍) 농사짓고(논농사 워크숍) 각자의 재능(책만들기, 가양주 만들기, 요가, 노동법 강의, 비치코밍 공예 등)을 발휘하며 펼쳐온 105일간의 촌살이는 6권의 전집형 무크지 「판타지촌」에 사진과 글로 상세하게 기록했다. 「판타지촌」 6권 시리즈는 지난해 이들이 했던 일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담은 보고서이다. 앞으로 이런 곳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나 이런 사업을 유치하려는 행정기관이 읽고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올 7월부터 팜프라촌 2기를 시작한다. 작년 1기는 `살아보기` 콘셉트였다면 올해는 `벌어보기`라고 한다. 유지황 팜프라 대표는 "지역에서 농사, 마을일, 개인 프로젝트를 벌일 수도 있고 아니면 팜프라 매거진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스스로 창출하거나 마을일을 도와 보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지역에서 살면서 얼마를 쓰는지,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여러 여건상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거기 맞춰서 4명 정도 모집할 계획이다.

 팜프라촌 1기 `살아보기`를 마치고 팜프라는 더욱 바빠졌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난 휴식 겸 워크숍을 통해 재충전하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두모마을에 유채꽃이 한창이던 봄에는 온라인상으로 유채꽃을 팔고 시금치와 고사리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팔았다. 그 이야기를 담은 매체가 `팜프라 매거진`이다. 팜프라 매거진은 시금치 편과 고사리 편이 나왔다. 팜프라 매거진을 구독하면 부록으로 특산물이 함께 오는 식이다.

 지금은 `놀면 뭐하니:남해 다랭이논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모마을의 다랭이논에서 농사지을 청년들을 모아 농업과 먹거리, 사라져가는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예정이라고.
 
행정 협업은 제도정착 위해 큰 의미
 주거, 일자리, 라이프스타일 등 청년들의 촌살이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를 지향하는 팜프라인 만큼 행정과의 협업도 잘 수행한다. 지난해 7월 남해군에 청년조례가 제정되고 군은 청년혁신팀을 과로 격상시키며 청년친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했다. "군의 의뢰로 청년정책의 기초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 이주청년, 대학생청년, 다문화청년, 공무원청년 50여명을 대상으로 청년실태조사 겸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군은 경남도 청년친화도시 공모사업에 응모했고, 청년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올해 청년센터가 생겼고, 청년네트워크를 모집하고 있다.

 유 대표는 "행정과의 협업이 몸에 맞는 옷이 아니고 여러 가지 제약도 많지만 청년 정착과 일자리 창출 등 다음세대를 위한 인구증대, 지역활성화 측면에서 팜프라가 추구하는 가치와 통하므로 함께할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아쇼카펠로우 선정, 성과이자 시작
 유지황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15번째, 경남에서는 최초의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됐다. 아쇼카펠로우는 사회혁신가들에게 주는 영예이자 한편으로는 사회발전을 위해 전세계적 네트워크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크나큰 기회다. 아쇼카펠로우는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글로벌 조직 아쇼카가 선정한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찾아낼 수 있는지 해보진 않았지만 청년 주거와 빈집 문제를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아쇼카펠로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3년간의 개인 지원도 에너지 분산을 최소화하고 집중해서 일을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팜프라가 지역에 잘 정착하고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만들어낼 때 우리가 일본을 가듯이 해외에서 엄청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아쇼카펠로우는 성과이자 기회입니다."  
 
 유 대표는 현재 팜프라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마을에 빈집이나 빈 땅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공간이 없으면 정착을 원하는 청년의 집(코부기)을 올리기가 어려워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한다.
 
가을엔 마을이야기 담은 영상제 연다  
 유 대표는 마을 어른들을 좀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다. 밭일 하시는 어른들이 팜프라 청년들을 이제야 알아보기도 한다고. 올해에도 마을 축제를 함께 하고 영상제도 하려고 한다. "어른들 한 분 한 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영상에 담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장소 등 마을의 보존할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1년간의 팜프라 활동과 어른들 인터뷰 영상을 가지고 올해 가을쯤에 영상제를 하려고 할 계획입니다. 우리 이야기 <파밍보이즈>도 보여드리고요. 예전 천막극장 같은 데서 영화도 보고 팝콘도 튀기고 밥도 나눠먹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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