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서로 베푸는 마을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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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우고 서로 베푸는 마을을 꿈꾸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0.06.12 11:41
  • 호수 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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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천면 봉우마을 `쉼 집`에서 다음을 준비
건축으로 나눔과 봉사로 희망 전해
천근우 건축사가 그린 설천면 봉우마을 인근에 짓고 있는 쉼 집(casa di RIPOSO) 전경 모습이다.
천근우 건축사가 그린 설천면 봉우마을 인근에 짓고 있는 쉼 집(casa di RIPOSO) 전경 모습이다.
천근우 건축사.
천근우 건축사.

영혼의 안식처
 아이티 대지진 현장을 목격한 후 쉘터(shelter: 안식처, 피난처 등)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마음의 빚과 한층 성숙해진 내면을 바탕으로 큰 사고를 치게 된다. 평소 천 건축사는 "건축으로 소외된 영혼에게 안식처를 선물하고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나눔을 베풀고 싶다"고 소망해왔다.
 이 염원이 지난해에 펼쳐졌다.

 한국건축가협회와 국제전문인도시건축봉사단이 함께 사회로부터 소외된 약자를 돌아보고 관심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Shelter for Soul` 국제공모전을 개최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천 건축사가 총괄책임자로서 기획부터 투자·진행까지 맡았다.

 그는 "건축 디자인은 편의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소외된 대상을 품는 `마음의 품`을 넓힘"이라며 "쉘터는 폭력이 난무하는 아이티의 현장에서는 단순 임시거처였으나, 원래는 거대한 아픔 앞에서 지친 영혼이 몸을 뉘어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공모전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공모전에는 54개국 495명이 참가등록을 했고 39개국 180개 작품이 실제로 제출됐다. 작품들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서울역광장, 서울시청광장 등)에서 전시돼 많은 사람들이 작품들에 공감했다. 천 건축사는 "예상보다 큰 규모로 성황리에 공모전을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지만, 사무엘 막비(건축가·사회혁신가)가 말한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모든 사람은 따뜻하고 쾌적한 방뿐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를 갈망하고 있다`라는 말의 진심이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쉼 집이 설천면에 자리한 이유
 천 건축사가 남해에서 할 일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함께 배우고 서로 베푸는 마을` 조성이다. 그는 "단순 건축물 개발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개발을 하고 싶다"며 "건물을 짓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되는 하나님과 자연의 가치가 들어가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바로, 앞서 편집자 주에서 설명한 설천면 봉우마을의 언덕에 짓고 있는 건물인`쉼 집(casa di ROPOSO)`이다.

 그가 남해에서 사명의 시작이 쉼 집이다.

 천 건축사는 봉우마을에 시작점을 찍은 이유에 대해 "동·남·북 3면에서 전체적인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밤의 강진만은 잔잔한 파도와 물결이 달빛에 비쳐 호수와 같이 보이는 이색적인 바다"라며 "바다풍광과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곳"이라고 호평했다.

 이곳에서 그는 "바다의 시간과 숲의 공간이 만나 삶의 가치와 정다운 이웃이 함께하는 작은 마을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그가 남해에서 할 일은 `쉼`이다. 천 건축사는 "그동안 인생을 달려오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귀촌을 준비하며 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쉬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쉼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삶을 잇는 준비, 그것이 남해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천 건축사는 "남해는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배문학관이 있는 곳"이라며 "남해 유배지는 특별함이 있을 것 같다. 유배문화와 역사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건축전문가, 남해에도 기여하고파
 천 건축사는 남해군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천 건축사는 국내에서 미술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학사·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세계 최상위권 대학교 중 하나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스쿨 석사과정 졸업하는 등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또한 여러 대학교·대학원의 강단에 서기도했고, 국내 건축사·건축가 협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수상경력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눈에 띄는 경력 중 하나는 1989년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 사무소에서 근무할 시절, 청와대 춘추관과 본관을 설계·감리한 이력이 있다. 

 천 건축사는 "평생 건축을 하며 보람된 순간은 저의 도움으로 절망하던 누군가가 살아갈 희망을 찾았을 때"라며 "남해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쉼표를 다 찍고 나면 남해에서도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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