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헐고 강을 메워 들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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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헐고 강을 메워 들을 만들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6.12 15:39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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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왕자는 어린 나이에 세자책봉됐다. 성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했기에 스승의 가르침에 부응하려 노력했고 부왕의 정책을 보며 옳고 그름을 가려 훗날 왕위에 오르면 성군이 되리라 다짐했다.
백성의 행복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순위를 매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고심하던 중 선조 왕들은 외세의 침략과 정치는 모자람이 없지만, 가뭄이 오거나 흉작이 들면 배곯아 죽는 이들까지 있음을 한탄하여 왕이 되면 꼭 모든 백성의 굶주림만큼은 해결하리라 다짐하였다. 하지만 물려받을 국토는 대부분 산악지형이었고 논밭은 턱없이 부족하여 풍작이 들어야만 모든 이들이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넓은 토지를 만들기로 계획한 왕자는 집권 후 백성을 독려하여 산을 헐어 평야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손이 부족하여 대부분 병력까지도 공사에 투입해 개간사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국력이 바닥 날 때쯤 원하는 만큼의 토지를 확보하였고 이제부터는 농사만 잘 지으면 금세 회복할 것이라 믿었다. 넓은 들에 작물을 심으려 하니 많은 물이 필요하였으나 산이 없고 계곡이 없어 오히려 전보다 경작할 수 있는 양이 적었으며 장마철 이 되자 나무와 계곡이 없는 대지는 사태와 홍수로 집이 묻히고 백성들은 큰 위험에 노출되었다.
천혜의 요새인 산악지형이 없어지고 잘 훈련된 군대마저 수십 년의 경지작업 동원으로 핍진해지자 이웃 나라의 침범이 일어났다. 손쉽게 나라를 뺏긴 후 감옥에 갇힌 왕은 그제야 왜 산과 계곡 높고 낮음이 필요한지를 깨우쳤지만 이미 나라와 백성은 모두 잃은 후였다.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인 시대가 지나고 모두가 평등함이 우선인 사회가 되었다. 높낮이를 맞추는 것이 평등의 기본인 듯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우리의 정책도 무게중심을 두고 시행하지만 그래도 헐지 말아야 할 산과 메우지 말아야 할 강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새겨 볼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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