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씨, 세월의 흔적에 새로운 감성을 입혀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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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씨, 세월의 흔적에 새로운 감성을 입혀 나가다
  • 김태웅 기자
  • 승인 2020.06.26 11:22
  • 호수 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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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품, 그림 등으로 마을 담 꾸며
다년간의 공방 공예 기술 재능기부
김상호 씨가 자신이 마을 쉼터로 만든 미화이발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호 씨가 자신이 마을 쉼터로 만든 미화이발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남해군농업기술센터를 지나,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옆길을 통해 초음마을로 들어가다 보면 얼마 전까지 낡고 어두웠던 한 주택의 담벼락이 푸른 바다와 그 속에서 떼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로 꾸며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조금 지나면, 2007년부터 본지를 비롯해 여러 지역언론에서 소개한 바 있는 `미화이발관`이 나온다. 이곳도 문을 닫은 지 오래돼 폐허가 다 됐었는데, 최근 새하얀 옷으로 바꿔 입고 아무라도 편히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마을 쉼터로 변신했다. 이곳들뿐만이 아니라 초음마을은 현재 누군가의 솜씨로  곳곳이 화사해지고 있다. 혼자서 낡은 촌 동네 주택에 새로운 감성을 입혀 가고 있는 사람. 그는 바로 올해 초, 제주도에서 남해 초음마을로 이사 온 `새연 공방`의 주인장 김상호 씨다.

김상호 씨의 작업물, 줄지어 헤엄치는 물고기가 인상적이다.
김상호 씨의 작업물, 줄지어 헤엄치는 물고기가 인상적이다.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지만, 올해 환갑인 김상호 씨는 세월의 풍파에 색이 바래고 낡은 동네 담을 페인트칠과 대나무 공예로 꾸며 마을을 조금씩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 초음마을로 이사 왔을 때 마을을 둘러보니 낡아 보이는 집과 담이 많았습니다. 제가 살 마을을 조금 환하게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장님 등 마을 분들과 얘기를 하고 일단 우리집 주위부터 시작을 했지요."

대나무로 만든 물고기. 김상호 씨의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대나무로 만든 물고기. 김상호 씨의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김상호 씨는 재능기부로 스스로의 과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금전적인 압박을 받았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어 지금은 페인트 값만 조금 받고 희망하는 주민들의 담을 꾸며주고 있다. 김상호 씨는 공방의 주인장인 만큼 허투루 작업하지 않는다. 그 집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색을 고민하고 그가 직접 만든 대나무 물고기 등의 조형물과 그림, 문양을 적절한 공간에 배치한다.
 "자신의 집도 칠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분도 있고, 밥값 하라고 수고비를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 작업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틈틈이 작업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남해로 오기 전 김상호 씨는 제주도에서 나름 유명인사였다. 제주도에서도 공방을 운영하며, 마을 정류장를 꾸미는 소소한 일들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지역축제 기획·추진, 정부 마을문화지원사업 추진 등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애를 썼던 그는 신문, 방송, 잡지 등에서 소개되기도 했다고.
 "서울이 고향입니다. 서울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며 40년 정도를 살다가 충북이 고향인 아내를 만났지요. 청주, 마산 등 지역에서 지내다가 평소 바다 근처에서 살고 싶어 했던 아내를 위해 2010년 제주도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시기를 놓쳐 집을 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남해로 오게됐습니다."    
 그리고 김상호 씨는 남해에서 생활하면서 놀라운 일을 많이 겪었다며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대부분 이미 예전부터 언급돼온 남해군의 문제점들로 많은 사람들이 새겨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제주도가 한국에서 물가가 제일 높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남해는 인건비는 싼 반면에 물가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말투가 공격적이고 불친절한 사람도 많고 손님이 먼저 인사해야 하는 상점도 많습니다. 그리고 제 지인도 남해로 오고 싶었는데 집을 구하지 못해 포기를 했습니다. 남해에는 빈집은 많은데 귀농·귀촌인들이 살집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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